국가정보원이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을 당해 숨진 한국인 대학생 박모(22)씨 사건의 주범이 2023년 발생한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 총책의 공범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과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이 정보위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박씨 사망 사건 발생 3일째에 정보를 최초 입수하고, 8일 만에 피살 사건 주범을 확정지었다고 했다.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씨 사망 사건의 주범은 2023년 4월 중국인과 국내 공범 등이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마약 음료를 ‘집중력 강화 음료’로 속여 미성년자들에게 시음 행사를 통해 제공한 뒤 돈을 갈취하려 한 사건에 공범으로 참여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박 의원은 국정원 보고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국정원이 (박씨 사건) 범죄 주범을 추적 중”이라며 “국정원의 정보 지원으로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박씨 사건) 이모씨의 공범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사기)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수는 1000~2000명으로 추산했다. 또 국정원은 캄보디아 경찰청이 지난 6~7월 검거한 전체 스캠 범죄 피의자 3075명 중 한국인은 57명이라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박 의원은 “스캠 범죄 단지는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달한다고 파악했다. 여기에 가담한 범죄 종사자는 약 20만명으로 추산된다”며 “이 범죄 조직들은 23년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125억 달러에 달하는 범죄 수익을 챙기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고 범죄가 만연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스캠 범죄 조직에 대해 현재 원점 타격 식의 정보 획득 및 대응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며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중계기를 구입해서 공급하는 라오스 거점 조직도 적발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국정원은 현지에서 구조된 자국인 스캠 범죄자가 귀국 후 범죄에 다시 가담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재출국하거나 인접국으로 출국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국내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외교부의 경우는 여권 무효화, 법무부의 경우에는 출국금지, 경찰청은 인터폴 적색수배 등 차단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0% 해당하는 건 아니겠지만 (캄보디아 스캠 범죄와 연루된 한국인들은) 피해자라기보다 범죄에 가담한 피의자로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며 “국정원은 송환된 50여명의 한국인도 범죄에 가담한 사람이라고 보는 게 객관적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또한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무장 경비원을 배치하고 우리 국민을 현지로 유인하는 건 중대범죄이며 피해자로 연루될 경우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