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제령, 바뀐 민심, 노잼…‘3無 국감’ 속 기업인 소환 자제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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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김영섭 KT 대표(앞줄 왼쪽 첫째)가 해킹 사태와 관련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 이해욱 DL 회장….

국회가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2025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막판에 철회한 재계 총수다. 여야가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송곳 질의로 국감장을 달군 ‘스타’도 없고, 문제를 해결할 정책 토론도 사라져 ‘3무(無) 국감’으로 지적받는 가운데 그나마 기업인 소환을 자제한 점은 예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국회·재계에 따르면 올해 국감에서 여야가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최고경영자(CEO)의 증인 채택을 상당수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최주선 삼성SDI 대표, 허윤홍 GS 건설 대표, 현신균 LG CNS 대표,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오경석 두나무 대표,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여전히 국감 증인으로 남은 건 최태원 SK 회장과 김범석 쿠팡 의장(28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30일) 등이다. 하지만 역시 막판에 증인 채택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전 정부 인사나 조희대 대법관 등에 이목이 쏠려 상대적으로 기업인이 덜 주목받았다”면서도 “평소 외부 노출을 꺼리는 기업 총수나 CEO를 국회로 불러 망신을 주거나 기강을 잡는 식의 구태가 올해 국감에서 많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국회가 기업인 소환을 자제한 건 당·정 차원에서 ‘자제령’을 내린 이유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감에 앞서 “대내외적으로 경제 여건이 어렵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까지 앞둔 시점에 기업인을 이렇게 많이 부를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감에서 기업 총수나 대표에 대한 출석을 최소화하겠다”고 화답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묻지 마 소환’은 자제하자는 분위기는 일정 부분 먹혀들었다. 10대 기업의 한 대관 담당 임원은 “기업 입장에선 총수나 CEO 소환을 막는 게 최우선 과제다. 예년과 달리 ‘무조건 불러세우겠다’는 기조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의원실과 소통하기 편했다”고 털어놨다.

민심이 달라진 것도 무시 못 한다. 국회의원이 주목받으려 바쁜 기업인을 국감장에 ‘들러리’ 세운다는 비판이 늘었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기업인을 불렀다가 되레 질타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가뜩이나 정치 혐오를 부채질할까 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정쟁으로 여야 막말이 오가는 국감장에서 기업인 소환이 예전보다 ‘노잼(재미없는)’ 소재인 측면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기업인을 부르는 것만으로 화제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소재가 자극적이거나 질의가 타당하지 않으면 기업인을 불러도 묻히기 쉽다”고 털어놨다.

최근 해킹 사태 등과 관련해 질타가 쏟아진 21일 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 CEO 소환 국감 정도가 예외적이었다. 유영상 SKT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등 CEO는 반복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대응에 대해 사과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기업인을 국회로 부르더라도 생산적인, 정책 국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정기 국정감사가 없는 대신 특정 사건이나 이슈에 한해서라면 ‘빅 테크’ 총수라도 불러 장시간 청문회를 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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