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4 학생에 "싸가지 없는 XX" 혼잣말 교사, 1029일 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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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중 자신의 지시에 불만을 품고 짜증을 낸 학생에게 “싸가지 없는 XX”라고 혼잣말한 초등 여교사가 2년이 넘는 법정 공방과 파기환송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배은창)는 22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벌금 50만 원형의 선고 유예를 받은 광주 한 초등학교 교사 A씨(60)에 대한 원심을 파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 7월 3일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22년 5월 광주 서구 B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 A씨는 B군에게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어두라고 지시했지만 따르지 않자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이에 B군은 책상을 치며 짜증을 냈고, A씨는 다른 학생들이 있는 가운데서 “이런 싸가지 없는 XX”라고 말했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피해 아동이 짜증을 내자 당황스러워서 혼잣말했을 뿐, B군을 학대할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훈육의 목적이나 범위를 일탈해 피해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당시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범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A씨 측과 검찰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해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건 발언의 계기가 된 B군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책상을 내리치는 행위는 수업방해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A씨가 담임교사로서 학생의 잘못을 지적하고, 훈계·훈육할 수 있는 지도에 관한 일정한 재량권을 가졌다고 봤다.
재 심리를 맡게 된 광주지법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 아동이 학급 규칙을 위반하고, 이를 지적하자 책상을 팔꿈치로 치면서 교권을 침해하는 수업 방해 행위에 따라 이뤄졌다. 이런 행위를 현장에서 훈육한 것은 재량을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볼 수는 있으나 피해 아동의 인격을 직접적으로 비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해 아동을 따끔한 지적으로 진정시키려 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정신 건강이나 정상 발달이 저해되는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A씨에게 “무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국가를 상대로 형사 소송 청구를 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안내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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