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PEC 전 '막판' 무역협상도 공전…李·트럼프 &#0…

본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양국이 진행한 22일(현지시간) 마지막 고위급 대면 회동에서 무역 협상의 결론을 내지 못했다.

bt3131a09a1c319c7f07987bf407bdb9e7.jpg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6일에 이어 엿새만에 미국을 재차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난 2시간 동안의 협상을 끝낸 뒤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두 나라 정상이 직접 만나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방식으로 협상이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 패키지’ 구성 이견 절충 난항

김 실장은 이날 워싱턴 미 상무부 청사에서 러트닉 장관과의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남아 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협상이)막바지 단계는 아니고, 협상이라는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bt6a0bbcef3bfb29530ac006911207e7a1.jpg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2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함께 워싱턴DC 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무역 협상을 마친 뒤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김 실장은 잔여 쟁점이 “아주 많지는 않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양국이 3500억 달러(약 500조원)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 방안과 관련해 이견을 보이고 있었던만큼 이에 대한 의견 절충에 이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당 투자금의 ‘전액 선불’ 지급을 요구해왔지만, 한국이 난색을 표하면서 양국간의 무역 협상을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협상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5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정치적 성과로 내세운 상황에서 투자금 총량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국의 입장에선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납입 기간을 늘리고, 투자처를 정할 때 한국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이 그나마 현실적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bte1448c8085700c9fcffb7e42453c17f3.jpg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셋째부터)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한·미 관세 협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뉴스1

관건은 트럼프…“관세는 안보의 문제” 반복

김정관 장관은 지난 20일 ‘미국이 여전히 전액 현금을 요구하느냐’는 질문에 “거기까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납입 방식과 관련한 일부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투자 총량은 유지하되 납입기간을 8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btc58512fcbf7ff3adae1ac3bf072abeee.jpg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의 영주권을 500만 달러에 '판매'하는 '트럼프 골드 카드'에 대해 설명하며 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해당 카드의 가격을 500만 달러라고 밝혔다가, 이를 100만 달러로 낮췄다. EPA=연합뉴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이후로 납입 시기를 늦추는 안을 수용하느냐다. 이는 5500억 달러를 트럼프 임기 내인 3년 반에 걸쳐 투자하기로 한 일본과의 합의 조건과도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방미 기간 “실무 장관은 (전액 선불 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느냐 하는 부분은 진짜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교롭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막판 고위급 무역 협상이 진행된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회장이 전화해 중대형 트럭에 관세를 부과한 것에 감사 인사를 했다”며 “관세는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췄지만, 합의 이후 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일본을 난처하게 했다. 이날 발언은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국을 압박한 의도로 풀이된다.

결국 ‘경주 담판’서 정치적 결단하나

김 실장은 이날 APEC 전에 추가 장관급 논의가 이뤄질지에 대해 “만나기는 어렵다. (필요하다면) 화상으로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무역 협상이 이미 참모들 간의 논의 수준을 넘었고, 결국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사실상 ‘정치적 결단’의 형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을 시사한 말로 풀이된다.

bted60b2402b7bf408ebb61c43475f6e08.jpg

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결단의 책상'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악관

이날 오전 워싱턴에 도착한 김 실장과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의 2시간 협상을 마친 직후 애틀란타를 경유해 귀국길에 올랐다. 외교 소식통은 두 사람이 ‘무박 3일’의 급한 일정을 짠 배경에 대해 “워싱턴에서 서울로 가는 직항 노선을 기다릴만큼 여유롭지 않다”며 “애틀란타를 경유하는 불편한 노선을 택해야 했을 정도로 시간을 아껴야 할 상황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책사인 김용범 실장이 지난 16일에 이어 6일만에 재차 미국을 방문한 것 자체가 대통령의 최종안을 제안하려는 목적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가 서둘러 귀국길에 오른 것 역시 미국의 최종 입장을 조속히 보고해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담판에 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美국무장관 첫 방한…‘포스트 무역’ 논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APEC에 대한 질문을 받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상당히 긴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뭔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회동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t01f558a542f6591243fb6c914ae588ff.jpg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 도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귓속말로 가자전쟁의 1차 휴전 타결 가능성을 긴급 보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해 동맹국의 공동대응을 요청한데 이어 러시아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하면서도 동맹국의 동참을 촉구했다”며 “핵심 공급망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국에게 유리한 지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만약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가 이뤄질 경우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사실관계 설명자료·fact sheet)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경우에 따라 동맹의 현대화, 원자력 협력 강화 등 안보 관련 사안이 함께 발표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bt77e7af54f12851d2c024b97cdf132ba4.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부수 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이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발표하며 한국 방문을 공식화했다. 트럼프의 외교 수장 루비오 장관의 방한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47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