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뉴스1

더불어민주당에서 “돈 모았다가 집값 내려가면 사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에 대한 사퇴론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3일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은 병역·입시, 아파트 한 채에 가장 민감하다”며 “국민의 말초 신경을 아주 비위 상하게 그따위 소리를 했으면 저 같으면 책임지고 사퇴하고, 대통령도 무조건 책임을 물어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첫 이 차관 사퇴 촉구를 공식화한 것이다.

박 의원은 “(부동산 문제의) 책임을 오세훈 (서울시장) , 윤석열 (전 대통령)에 돌릴 필요 없고, 지금 현재의 책임은 우리 정부에 있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에게 잘 설명해 나가야 할 부동산 책임자인 (국토부) 차관이 자기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국민 염장 지르는 소리 하면 되겠느냐”고도 했다.

전날 “최근 이상경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한준호 최고위원), “본인은 수십억짜리 집이 있으면서 그렇게 말하면 집 없는 사람들은 열 받지 않겠느냐”(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도부 첫 공개 사과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사퇴 촉구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 차관은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직후인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만약 집값이 유지된다면 그간 내 소득이 오르고, 오른 소득이 쌓인 이후 집을 사면 된다”며 “어차피 기회는 돌아오게 돼 있고,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정작 이 차관의 배우자가 지난해 7월 경기 성남 분당구 백현동의 판교푸르지오그랑블(전용면적 117㎡, 매입가 33억5000만 원)을 전세 14억8000만원을 낀 전형적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커지며 ‘내로남불’ 논란에 불이 붙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 차관은 23일 오전 국토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정책을 설명하는 유튜브 방송 대담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사과 이후에도 여당 내 사퇴 촉구 목소리는 누그러지지 않는 분위기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사과 이후인 이날 오후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 결정에 달렸지만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자진 사퇴 형식으로 사임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10·15 규제 이후 공급 대책이 가시화될 내년 연초 전까지는 부동산이 핵심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차관의 정무 감각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사임을 권유하겠다고 한 핵심 관계자는 “공감 능력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고개를 저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실 출신 중진 의원도 “금융 대책은 돈 있는 사람 아닌 서민들에게 특히 타격이 있는 건데 그냥 염장을 지른 것”이라며 “그런 발언을 할 만큼 감각이 없는 사람이 계속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차관의 ‘유튜브 사과’ 방식이 오히려 당내 여론을 싸늘하게 만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사과 이후 당내에선 “저런 사과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과 다르지 않다” (당 지도부 관계자), “최소한 국토부 기자회견장에서 카메라 프레시가 터지는 가운데 허리라도 숙였어야 했던 일”(당 관계자)이라는 탄식이 흘렀다.

여당 일각에선 이 차관 거취 결정의 마지노선을 29일(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출석)로 보는 이들도 있다. 당 중진 의원은 “최악의 발언을 한 그 정도 감각으로 국감에 나오면 (우리가 방어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