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창용 “집값, 성장률 갉아먹어”…닫지 않은 ‘11월 인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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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세 번 연속 멈춰 세웠다. 높은 집값과 불안한 환율이 제동을 걸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기조는 유지하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라며, 다음 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진 않았다.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네 차례 금리를 낮춘 뒤(총 1%포인트), 지난 7ㆍ8월에는 금리를 그대로 뒀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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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총재는 “경기 면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성장 전망의 리스크가 상ㆍ하방으로 모두 확대된 데다, 금융안정 리스크도 커진 만큼 추가 인하 시기와 폭 등은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의 ‘만장일치’ 동결 예상과 달리, 신성환 위원이 2.25%로 낮추자는 소수 의견을 냈다. 신 위원은 “‘GDP갭률(실질GDP와 잠재GDP의 격차 비율)’이 마이너스 수준(경기 침체)을 지속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향후 3개월 전망에선 총재를 제외한 위원 6명 중 4명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8월엔 인하 대 동결이 5대 1이었는데, 이번에 인하 의견이 1명 줄었다. 이 총재는 “금융 안정에 좀 더 포커스를 두었기 때문에, 인하의 폭과 시기가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집값과 환율 등 금융시장 불안 요인에 무게를 실은 결과다. 결정문을 보면 수도권 주택시장에 대한 진단이 지난 8월 ‘가격 상승세와 거래량이 둔화’에서, 이달 ‘다시 확대’로 바뀌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한은의 시각이 한층 어두워졌다는 의미다. 6ㆍ27 대출 규제, 9ㆍ7 공급 대책에도 서울 부동산 거래량뿐 아니라 가격 상승세도 확대(7월 0.8%, 8월 0.5%, 9월 0.6%)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됐다.

환율에 대한 평가도 8월엔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성’이었지만, 이번엔 ‘높은 환율 변동성의 영향에 유의할 필요성’으로 바뀌었다. 외환시장 위험이 가중됐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이 총재는 “한 달 사이 원·달러 환율이 약 35원 올랐는데(원화 가치 하락), 그중 4분의 1만이 달러 강세의 영향”이라며 “나머지 4분의 3은 미ㆍ중 갈등으로 인한 위안화 약화, 일본의 새 총리 임명에 따른 엔화 약세, (대미 투자) 3500달러 조달에 대한 걱정 등 지역적ㆍ국내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그는 환율을 두고 “어떤 레벨(수준)을 겨냥하지는 않는다”며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물가는 안정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9월 상승률 CPI 2.1%, 근원 2.0%), 한은은 경제 성장 흐름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봤다. 결정문에 성장세는 ‘점차’→‘완만히’ 둔화로 바뀌었다. 수출은 ‘양호한 흐름’인데, ‘반도체 경기 호조 등’이 직접 언급됐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2020년 14%에서 올해 9월 기준 23%까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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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이날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발목 잡고 있는 부동산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서울ㆍ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나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엔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불평등도를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월세 등을 포함해)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개혁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시장은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다음 달 27일 금통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재는 “11월에는 굉장히 많은 변수가 나타날 것 같다”며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미ㆍ중 관세 협상뿐 아니라, 반도체 사이클이 굉장히 좋게 가는데 미ㆍ중 갈등이 겹치면 어떻게 될지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불확실성과 부동산 시장 리스크 아래,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절반 내외”라고 봤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수의견(신 위원)이 유지됐고, 3개월 내 인하 견해가 우세하다는 점에서 비둘기적(금리 인하) 신호는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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