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與도 “4심제 효과” 인정했는데…헌재, 언론에 “4심제 표현 자제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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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여권이 추진하는 재판소원 제도에 대해 23일 “‘4심제’로 표현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며 언론에 “4심제 표현 자제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재판소원 제도는 상고심(3심) 확정판결까지 재차 헌재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로, 헌재의 대표적인 숙원 사업이다. 법조계에선 “여권이 사법부를 압박하는 와중에, 헌재가 언론에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편승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헌재 “재판소원을 4심으로 단정해선 안 돼”
헌재는 이날 언론에 참고자료를 내어 “재판소원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확정된 법원의 재판’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그 재판 자체가 올바른지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라는 공권력 행사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가’의 여부만을 판단하는 독립된 구제절차”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어 “재판소원의 본질은 ‘헌법심’”이라며 “일반 법원의 사법권과 헌재의 사법권은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헌재는 법원의 사법권과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른 헌법심을 수행하는 독립기관이다. 사법권한의 우열관계에 초점을 두고 재판소원을 4심으로 단정하는 것은 그 본질을 흐리고 정확한 의미 전달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정확한 언어 사용은 건전한 공론화를 위한 언론의 책무”라며 “4심제 대신 ‘확정 재판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 구제 절차’ 등과 같은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사안의 본질에 입각해 심도 있고 건전한 논의와 공론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언론의 정확한 사용이 필수적”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4심제…헌재가 왜 네이밍하나”
공공기관이 언론의 표현을 문제 삼으며 대체 표현을 쓰라고 주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헌재와 대법원이 오랫동안 공방을 벌인 재판소원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헌법 101조 1항)는 헌법적 가치를 위반하는 지가 최대 쟁점이어서 이를 연구하는 학계 일각에선 오랫동안 이를 ‘사실상 4심제’라고 불러왔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헌재가 재판소원을 받아들이면 대법원 판결이 취소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4심제인 효과가 일부 있는 건 사실”(이건태 의원)이라고 인정했다. 이 의원은 지난 22일 YTN 라디오에서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때 대선 개입으로 읽힐 수 있는 행동을 해서 재판소원 논의로 갈 수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심 판결을 다시 심판하는 것을 사실상 4심제라고 부르는 것이 어떻게 문제 될 수 있느냐”며 “아무리 숙원 사업이라 해도 언론 표현까지 문제 삼으며 이익단체처럼 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가 사법부 압박용으로 법안을 내놓는 와중에 헌재가 ‘옳다구나’ 식으로 나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권의 재판소원 제도 도입을 ‘사실상 4심제’라며 반대 입장을 펴온 대법원 내부에서도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법원 관계자는 “국민이나 언론 입장에서 충분히 4심제로 비칠 수 있는 법안인데, 왜 헌재가 네이밍을 하려 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법원 관계자도 “헌재가 너무 가벼이 처신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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