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값 상승이 경제성장률 갉아먹어…금리 인하 기조는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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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동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세 번 연속 멈춰 세웠다. 높은 집값과 불안한 환율이 제동을 걸었다. 물론 금리 인하 페달에서 완전히 발을 뗀 건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가 인하 시기와 폭은 데이터(경제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네 차례 금리를 낮춘 뒤(총 1%포인트), 7·8·10월 연이어 금리를 묶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도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이번 결정은 집값과 맞물린 가계부채, 환율 등 금융시장 불안 요인에 무게를 실은 결과다. 다만 이 총재는 “경기 면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여지를 뒀다.

당초 시장의 ‘만장일치’ 금리 동결 예상과 달리, 이날 신성환 위원이 2.25%로 낮추자는 소수 의견을 냈다. 향후 3개월 전망에선 총재를 제외한 위원 6명 중 4명이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8월엔 인하 대 동결이 5대 1이었는데, 이번에 인하 의견이 1명 줄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다시 시작할 조건으로 집값을 먼저 꼽았다. “(주택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안정되고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해 강경한 목소리도 냈다. 그는 “서울·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소득 수준이나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엔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성장률이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불평등도를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월세 등을 포함해)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개혁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다.

환율에 대한 한은의 시각도 여전히 어둡다.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보면 8월엔 ‘환율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성’이었지만, 이번엔 ‘높은 환율 변동성의 영향에 유의할 필요성’으로 우려의 수위가 높아졌다. 이 총재는 “한 달 사이 환율이 약 35원 올랐는데(원화가치 하락), 그중 4분의 1만이 달러 강세 영향”이라며 “나머지 4분의 3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위안화 약화, 일본의 새 총리 임명에 따른 엔화 약세, (대미 투자) 3500달러 조달에 대한 걱정 등”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1440원까지 떨어지면서 약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올해 들어 해외에서 들어오는 증권투자 자금보다 우리가 갖고 나가는 것이 4배 정도 된다”고 했다. 대신 “관세 협상이 좋은 방향(25%→15%)으로 이뤄지고, 대미 투자가 구체화되면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관심은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다음 달 27일 금통위로 넘어갔다. 부동산 시장, 환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맞물린 한·미와 미·중 관세 협상 등 변수는 많다. 이 총재는 “반도체 사이클이 굉장히 좋게 가는데 미·중 갈등이 겹치면 어떻게 될지도 봐야 한다”고도 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불확실성과 부동산 시장 위험 아래, 다음 달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절반 내외”라고 봤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수 의견(신 위원)이 유지됐고, 3개월 내 인하 견해가 우세하다는 점에서 비둘기적(금리 인하) 신호는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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