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 팔 퇴로도 막혔다”…도심 재건축 ‘10·15 유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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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커진 정비 사업지

곧 중학생이 되는 자녀를 둔 A씨는 아이 교육을 위해 지난달 강서구 아파트를 팔고 목동 6단지 집주인과 매매약정서를 썼다. 또 양천구청에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했다. 목동 재건축 단지는 기존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구청의 허가를 받은 뒤 매매계약을 해야 해서다.

그런데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A씨는 이도 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15일 규제지역 지정 이전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목동 6단지의 매매 거래가 막히면서다. A씨는 23일 “살던 집을 이미 팔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장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주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지는 직격탄을 맞았다. A씨 사례처럼 재건축은 조합설립 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면서다. 매매 거래가 금지된다는 얘기다. 물론 1주택자가 10년 소유 및 5년 거주한 경우, 질병·직장 이전 등 불가피하게 세대원 전원이 이주하는 경우 등 예외 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정비사업 특성 상 원주민 외에 투자자가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 경우도 많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소형 평형이 많은 재건축 단지는 투자자 비중이 90% 가까이 된다.

정비사업 중개 전문인 한 공인중개사는 “대책 발표 후 하루에만 전화 200통을 받았다”며 “규제 전 계약을 체결하고 잔금이 남은 투자자들이 취득세 중과를 묻는 문의가 많았고, 기존 조합원은 양도세 비과세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취득 시점에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이 될 경우 취득세가 2주택 8%, 3주택은 12%까지 중과되기 때문이다. 또 양도세 비과세 조건이 2년 보유에 더해 2년 거주 까지 충족해야 한다. ▶재건축 조합원당 주택 공급수 1주택 제한 ▶5년 내 투기과열지구 타 정비사업에서 조합원 분양 신청 불가(5년 재당첨 제한) 조항으로 재건축 2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금청산’ 위험도 안게 됐다. 보상금(현금)만 받고 분양권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개포동과 상계동 재건축 단지 두 곳을 보유한 한 조합원은 “각 사업지 관리처분 시기가 5년 내로 겹치면 1주택 외 나머지는 현금청산이 된다”며 “그러면 팔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해 줘야지, 경과조치 없이 막무가내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면 어쩌냐”고 말했다. 이어 “현금청산 되느니 재건축 추진을 최대한 늦추려는 사람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처럼 퇴로가 막힌 조합원이 늘면서 정비사업이 상당 부분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그동안 공사비가 계속 올라 요즘은 조합원 분담금이 조합원당 2~3억원은 일반적이고, 강남 한강변은 10억이 넘는 경우도 있다”며 “원주민이나 투자자 중 여력이 없는 사람은 팔고 나가게 해줘야 하는데 막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매·대출·세제 등이 모두 강화돼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기 어렵다”며 “사업 기간이 늘어난 만큼 공사비 등 추가 비용은 더 들고 사업은 또 안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적용되는 정비사업 단지는 재건축 139곳, 재개발 75곳 등 214곳 총 16만여 가구로 추산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사업성이 나은 지역은 그나마 낫지만 노원구 상계·중계동 등 외곽 지역이 더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향후 2~3년간 수도권 주택 공급이 급감하는 와중에 유일한 도심 공급 통로인 정비사업이 또 늦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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