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튜브로 ‘사과’한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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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 차관이 23일 국토부 유튜브 채널 생중계로 최근 부적절한 부동산 발언과 ‘갭투자’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1분56초.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에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전면 금지해 놓고 정작 본인과 배우자는 지난해 갭투자를 해 논란이 된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23일 유튜브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한 시간이다. 이 차관은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사과에 나섰지만 사퇴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이 차관은 이날 국토부 유튜브 채널에 나와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집값이 떨어지고) 소득이 쌓인 후에 그때 가서 집을 사면 된다”고 말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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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관은 배우자 한모씨의 갭투자 의혹에 대해서도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한창 못 미쳤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차 사과의 말씀 올리겠습니다”라고 했다. 한씨는 지난해 7월 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117㎡ 아파트를 14억8000만원의 전세 계약을 끼고 33억5000만원에 매입했는데, “갭투자를 막는 정책을 만든 당사자가 갭투자로 시세차익을 내는 게 맞느냐”는 ‘내로남불’ 비판에 직면했다.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이 차관은 전격 사과하면서도 “앞으로 부동산 정책의 담당자로서 주택시장이 조기에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직무 수행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공개 사퇴 요구가 나올 정도로 이 차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상경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쳐”…부인 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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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질의자료가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 이상경 국토부 차관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갭투자’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뉴시스]

박지원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에서 “국민의 말초신경을 아주 비위 상하게, 그따위 소리를 했으면 저 같으면 책임지고 사퇴하고, 대통령도 무조건 책임을 물어 내보내야 한다”며 “국민 염장 지르는 소리를 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또 “(사퇴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버티면 되겠다 하는 것은 아주 파렴치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에서 나온 첫 사퇴 요구다.

이 차관의 사과 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자진사퇴 형식으로 사임하라고 했을 것”이라며 “공감 능력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고개를 저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차관이 계속해서 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1분56초 유튜브 사과’가 당내 여론을 싸늘하게 만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차관의 사과는 기자단에도 20여 분 전에 통보됐다. 별도 질의응답도 없었고, 유튜브 채팅창은 닫혀 있었다. 민주당에선 “최소한 기자회견장에서 허리라도 숙였어야 했다”는 탄식이 흘렀다.

일각에선 이 차관의 거취 결정 마지노선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오는 29일로 본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최악의 발언을 할 정도의 감각으로 국감에 나오면 (우리가 방어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23일 국토위에선 ‘이 차관 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내로남불 프레임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장동혁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부동산 실세이자 갭투자로 부를 이룬 국토부 차관의 망언”이라며 “정부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겨냥해선 “초고가 아파트 두 채를 처분한다더니 자녀 증여로 말을 바꿨다”며 “국민은 부동산 봉쇄령으로 오갈 곳을 잃었는데 정권 핵심 인사들은 다른 세상에 산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상경 차관을 ‘부동산 재앙 4인방’으로 규정해 해임을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15억 서민 아파트’ 발언까지 나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15억원 정도 아파트면 서민이 사는 아파트라는 인식이 좀 있지 않느냐”며 “15억 아파트와 청년·신혼부부에 대한 정책은 (이번에) 건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서울 도봉갑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갭투자로 수십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부동산 천룡인’(특권층)들이 설계한 부동산 정책이니 15억 아파트는 서민으로 보일 만하다”며 “집을 못 산 나는 민주당 기준에서 불가촉천민 정도 되려나”라고 비꼬았다. 논란이 커지자 복 의원은 “급하게 단어 선택을 한 것이 걱정을 끼쳤다”며 “앞으로 좀 더 정확한 용어 선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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