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대회 전 훈련 확 줄였다”…눈부신 금빛 역영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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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육대회 수영 남자일반부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아시아신기록으로 우승한 직후 환호하는 황선우. [연합뉴스]
올해 부산 전국체전은 ‘황선우 체전’이었다. 백미는 지난 20일 수영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 결승에서 황선우(22·강원도청)가 1분43초92의 아시아신기록으로 우승한 뒤 눈물 흘린 순간이다. 2020 도쿄, 2024 파리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 기록 모두 1분44초대였다.
황선우는 지난해 2월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며 이어질 파리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올림픽 성적은 최악이었다. 자유형 100m, 200m에서 잇달아 결선에 진출했던 도쿄에서와 달리 파리에서는 한 종목도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수영 선수로서 폭발적 성장기인데, 황선우의 올림픽 기록은 1초 넘게 퇴보했다.
2021년 이후 4년 넘는 침체기를 겪었던 황선우가 부산에서 아시아신기록 1개, 한국신기록 3개, 금메달 4개를 수확하며 화려하게 돌아왔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22일 부산 사직 실내수영장에서 만난 황선우는 “대회(전국체전)를 3주 남기고 훈련량을 50~60% 줄였다”고 뜻밖의 비결을 소개했다.

4관왕에 올라 대회 MVP를 수상한 황선우(오른쪽)와 1996년 4관왕 MVP 출신의 소속팀 강원자치도청 이보은 감독. [사진 강원자치도청]
이른바 ‘테이퍼링(tapering)’ 매직이다. 황선우는 “고강도 훈련 뒤에 대회를 앞두고 훈련량을 조절하며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라며 “그 전에는 테이퍼링 기간에도 1~2주는 어느 정도 운동을 했다. 이번에는 일주일 남기고는 거의 쉬었는데, 몸이 더 가벼웠고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놀라워했다. 이보은(49) 강원도청 경영 감독은 “왜 진작 이러지(테이퍼링 도입) 않았을까” 자문한 뒤 “이번 전국체전을 첫 시험 무대로 삼았다. 훈련량을 줄이는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믿음을 가지고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강원도청 경영팀은 이번에 눈부신 성과를 냈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나온 한국신기록 12개 중 10개가 수영, 그중 6개가 강원도청 작품이었다. 이 감독은 “선우가 긴 슬럼프를 이겨내고 우는 모습이 영화 같았다”며 제자의 성취를 기뻐했다. 황선우도 아시아기록을 새로 쓴 순간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으로 “코치(감독), 부모님, 동료” 순으로 꼽았다.
황선우는 올림픽 패인을 몰라 답답해했고, 이 감독은 “호흡과 제자리 수영이 문제”라고 알려줬다. 이 감독은 “호흡을 두 번에 나눠 하면서 머리를 물 밖에 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 문제는 해결했다”고 전했다. 이어 “물살을 타고 나가야 하는데 팔만 빨리 돌리면서 제자리 수영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며 “선우는 엇박자로 가는 로핑 영법을 구사한다. 하지만 올림픽을 통해 그 한계를 느꼈고 이번 체전에서 롤링 영법을 가미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 경기 직전까지 출발대에서 팔을 돌리며 템포를 익히는 모습이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말부터 국가대표팀 코치도 겸직하는데, “선우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까 해서” 맡았다.
다음 목표에 대해 황선우는 “1분42초대는 아직 이르다. 일단 1분43초대 초반까지 가는 것”이라며 “내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과 202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자신감을 얻고,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달려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파리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금메달리스트 다비드 포포비치(21·루마니아)의 개인 최고 기록은 1분42초97(2022년)이다. 황선우는 “수영이 기록경기지만, 내 생각에는 먼저 (결승점에) 들어오는 사람이 우승하는 경기”라며 레이스 운영 능력을 강조했다.
올림픽 이후 좌절감을 극복한 개인적 비결이 있는지 물었다. 황선우는 “쉴 때는 예쁜 카페를 찾거나 한강에 나가서 ‘물멍’ 하는 걸 좋아한다”며 “그거(메달 입상) 못했다고 인생 끝나는 것 아니다. 그냥 지나가는 한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훈련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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