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상경 국토차관 사퇴’ 10·15 대책 향방은…일단 거래량 뚝↓, 집값 잡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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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뉴스1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로 33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구입해 물의를 빚은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지난 24일 밤 전격 사퇴했다. 22일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나흘 만이다. 이 차관은 갭투자 논란에 대해 “원래 살던 아파트가 잘 팔리지 않아 부득이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지만 본인·부인 명의의 29억원에 달하는 예금, 올해 차관 입각 전 기존 아파트 매도 등 갭투자 정황이 확인되며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중앙일보 10월 22·23일자 2·3면〉이 차관은 23일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이튿날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이 차관의 사표를 곧바로 수리했다. 대통령실에서도 주무 부처의 고위 당국자가 ‘흠결’이 있는 상태에서 10·15 부동산 대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책 발표 직후 이 차관 문제가 불거지며 “서민의 ‘내 집 마련 사다리’는 끊고, 정책 당사자는 갭투자로 시세차익을 냈다”는 비판이 한 주 내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앞서 부동산 유튜브에 출연해선 “소득이 쌓인 후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 차관은 이 대통령의 성남 시장, 경기지사 시절부터 부동산 정책을 조언해 이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렸던 인물이다. 올해도 정권 교체 후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으로 있다가 6월 말 국토부 1차관에 임명됐다.
국토부는 이 차관의 후임 인사가 정해질 때까지 문성요 기획조정실장이 공석을 대신한다. 정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이 차관이 사퇴한 만큼 앞으로 집값 향방에 10·15 부동산 대책의 성패가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10·15 대책을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라고 발표했다.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총동원해 집값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미다.
‘이 차관 사퇴’로 부담 일부 덜어…이제 집값 향방이 관건
일단 대책 시행 후 열흘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직전 동 기간 거래량 대비 80% 가까이 급감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책 발표 다음 날인 16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매매 계약이 체결된 아파트 거래량은 564건으로 집계됐다. 주택 매매 거래 신고는 계약일로부터 30일까지 가능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대책 직전 열흘(10월 6∼15일)간 거래량은 2679건으로, 우선 이와 비교하면 대책 시행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78.9% 줄었다. 서울 전역과 분당·과천 등 경기 12곳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삼중’으로 규제한 탓이다.

김경진 기자
서울 아파트 매물도 15일 7만4044건에서 26일 6만5667건으로 11.3% 감소했다. 이는 토허구역 지정으로 갭투자가 불가능해져 집주인이 전세 낀 매물을 거둬들인 영향이다.

김경진 기자
전문가들은 거래 위축에 관망세가 이어져 어느 정도 집값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대출이 큰 폭으로 줄고,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가능해져서다. 하지만 규제 효과가 3~6개월에 그친 뒤 가격이 다시 오를 거란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토허구역 지정은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극약처방급 대책”이라며 “거래 절벽 속 관망세로 당분간 이전처럼 신고가 거래가 많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토허구역 지정 첫날인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8%로 직전 주(0.42%) 대비 큰 폭으로 둔화했다.
반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은 그대로여서 가격 하락 폭이 제한적일 거란 관측도 적지 않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6·27 대책에서 봤듯이 집값이 다시 올라가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시장이 규제에 만성이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집을 새로 짓는 것만 공급이 아니라 시장에 매물이 나오게끔 하는 것도 공급 대책인데, 정부는 토허구역 확대로 이를 막았다”면서 “집값이 당장 일시 조정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나 규제에 적응한 몇 달 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매매가 쉽지 않게 돼 1주택자는 호가를 더 올리게 되고, 고액 자산가는 비싸게라도 산다”며 “강남 등 핵심 지역 집값은 계속 오르고, 각종 규제로 중산층은 집 사기가 어려운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수요자가 매매 대신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전월세 가격도 불안해지고 있다. 규제지역 중 아파트 전월세값이 저렴한 편인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서 벌써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장안구 정자동 화서역파크푸르지오 전용 107㎡는 지난 18일 보증금 8억3000만원(5층)에 전세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8월 7억6000만원(3층) 거래에서 두 달 새 7000만원 올랐다. 또 화서역현대벽산 전용 59㎡는 18일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10만원(5층)으로 임대차 계약이 이뤄져 월세 기준 신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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