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제에 집대출 막히고, 치솟는 증시 ‘실탄’ 필요…한달새 예금 20조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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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좌에 그냥 묵혀 둔 대기성 자금이 최근 한 달 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20조원가량 빠져나갔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자, 쓸 수 있는 자금을 모두 끌어 부동산·주식 등에 투자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 예금 잔액은 이달 23일 기준 649조5330억원으로 지난 9월 말(669조7238억원)과 비교해 20조1908억원 감소했다. 하루 평균 약 8778억원 줄어들었다. 현재 추세대로면 월말까지 감소 폭이 27조원에 달할 수 있다. 이 경우 지난해 7월(-29조1395억원)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요구불 예금이란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포함해 특별한 사용처 없이 은행 계좌에 그냥 넣어두는 돈이다. 금리가 낮고, 만기가 없어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다. 은행권 대출 문이 좁아지면서 요구불 예금이 급감했다.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 여파다.

줄어든 요구불 예금 일부는 국내 주식 투자금으로도 흘러갔다. 코스피가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가용 자금을 최대한 활용해 주식 투자에 나선 ‘동학 개미’(국내 주식 투자자)가 증가했다. 국내 투자 예탁금은 지난 20일 기준 80조625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주담대가 막히면서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이 느는 ‘대출 풍선효과’도 발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23일 기준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104조5213억원)은 9월 말 잔액(103조8079억원)과 비교해 약 7134억원 급증했다. 신용대출 중에서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같은 기간 5309억원(38조7893억원→39조3202억원) 급증했다.

5대 은행 신용대출 104조…마이너스통장 급증

현재 추세라면 마이너스 통장 한 달 증가 폭은 지난해 8월(5704억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클 가능성이 크다.

반면 주담대와 전세대출은 증가 폭은 크게 둔화했다. 23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는 전월 말과 비교해 1조2183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출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인 6~7월, 5대 은행 주담대가 한 달 4~5조원씩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특히 같은 기간 전세대출 잔액은 1424억원 오히려 감소했다. 정부 규제로 ‘갭투자’(전세 끼고 집을 사는 것)가 제한을 받자, 전세 거래 자체가 줄어 관련 대출 잔액도 함께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구불 예금 이탈에 은행들은 금리 인하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금리를 올리며 ‘예금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KB국민은행은 ‘KB 스타(Star) 정기예금’ 1년 만기 최고 금리를 0.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달 6일에는 같은 상품 금리를 0.05%포인트 추가로 상향했다. 지난 23일 하나은행도 ‘하나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연 2.55%에서 2.6%로 올렸다. 카카오뱅크는 17일 정기예금과 자유 적금의 1년 만기 금리를 각각 0.1%포인트씩 상향했다. 케이뱅크는 15일 ‘코드K정기예금’ 1년 만기 상품의 기본금리를 2.5%에서 2.55%로 0.05%포인트 올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 등으로 부동산 거래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집 구매를 위해 요구불 예금을 쓰는 현상이 계속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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