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독수리가 아니라 박해민이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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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5회 말 LG 박해민이 한화 투수 문동주의 커브를 걷어올려 우측 펜스를 넘기는 솔로포를 친 뒤 배트를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 프로 13년 차인 박해민이 한국시리즈에서 기록한 1호 홈런. [뉴시스]
프로야구 LG 트윈스 주장 박해민(35)은 올 시즌 내내 한화 이글스 팬들의 원성을 샀다. 한화만 만나면 번번이 호수비로 공격 흐름을 끊었다. 한화 팬들은 농반진반으로 “박해민은 앞으로 대전 톨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하게 하라” “박해민의 성심당(대전의 유명 빵집) 출입을 막아라” 등 각종 금지령을 제안했다. 이를 전해 들을 때마다 박해민은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그만큼 내 가치를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 오히려 극찬으로 받아들인다”며 웃곤 했다.
슬슬 금지령이 풀릴 때가 됐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박해민은 성심당에서 빵을 사지 못할 것 같다. LG와 한화의 사상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이 시작되자 또다시 펄펄 날았다. 장기인 수비는 물론이고, 홈런으로도 공을 세웠다. ‘한화 킬러’ 박해민이 또 한 번 한화의 기를 꺾었다. LG가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한국에 8-2로 완승했다. 역대 KS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비율은 73.2%(41번 중 30회). 만원 홈 관중 앞에서 첫판을 따낸 LG는 1990, 94, 2023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우승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LG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는 6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해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1회 초 1사 1루, 한화 문현빈의 장타를 LG 중견수 박해민이 펜스 앞에서 낚아채고 있다. [뉴스1]
박해민은 1회 초 1사 1루 첫 위기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플레이오프(PO)부터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한 한화 문현빈의 타구가 잠실구장 외야 한가운데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 박해민이 날아올랐다. 빠르게 담장 앞까지 달려간 뒤 뛰어올라 타구를 낚아챘다. 경기 초반 빠르게 올라가던 한화 타선의 기세를 단칼에 끊어냈다. 박해민의 호수비로 실점 위기를 넘긴 LG는 이어진 1회 말 공격에서 곧바로 반격했다. 한화 선발 문동주의 제구 난조를 틈타 1사 2·3루 기회를 잡았고, 김현수의 땅볼과 문보경의 좌중간 적시 2루타로 2점을 뽑았다.
LG가 2-0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5회 말, 이번엔 ‘중견수’가 아닌 ‘선두 타자’ 박해민이 나섰다. 정규시즌 박해민의 문동주 상대 성적은 7타수 1안타. 그런 박해민의 타구가 잠실구장 오른쪽 담장 끝을 넘어갔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문동주의 5구째 커브를 부드럽게 잡아당겼는데, 솔로홈런이 됐다. 박해민은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기세 좋게 배트를 던지며 동료들을 향해 포효했다.
사실 박해민은 장타와 거리가 먼 타자다. 올해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홈런이 3개뿐이다. 프로 13시즌 통산 홈런도 60개로 연평균 4.6개에 불과하다. 박해민은 앞서 삼성 라이온즈(2013, 14년)와 LG(2023년) 소속으로 KS 15경기에 출전했지만, 홈런을 친 적은 없다. 그런 그가 올해는 KS 1차전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려 존재감을 뽐냈다. 기세가 오른 LG는 1점을 더 뽑아 문동주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고, 이후 한화 불펜진을 공략해 4점을 더 냈다. LG 신민재가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확실하게 지원 사격했다.

박해민은 “한국시리즈 홈런은 상상하지 못했다. 출루가 목적이었는데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며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어 만족스럽다. 한화 팬들의 원성은 딱 세 번(3승)만 더 듣겠다”고 기뻐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박해민의 1회 호수비가 무척 좋았지만, 그래도 홈런이 더 기뻤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자신감을 갖게 되는 1차전이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두 팀은 27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인다. 2차전 선발투수로 LG는 임찬규, 한화는 류현진을 각각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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