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프리카 우물 지원한다"더니…테러자금 모금한 우즈벡인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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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 수사관들이 UN지정 테러단체 KTJ를 추종하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A(29, 남)를 검거를 상대로 미란다 고지를 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아프리카 우물 추진 사업을 지원한다”며 기부금을 모금한 뒤 시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테러단체인 ‘카티바알타우히드왈 지하드여단(KTJ)’에 보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이슬람 극단주의를 전파한 우즈베키스탄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테러방지법 및 테러자금금지법, 기부금품법, 출입국관리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우즈베키스탄인 A(29)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A는 2022년 6월부터 이달 16일까지 아프리카 우물 사업을 추진하는 자선단체 ‘Y’ 지원을 위장해 9억5276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불법 모금하고, 이를 KTJ와 국제제재단체인 ‘하마스’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이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자신의 SNS 계정 8개에 수백 차례에 걸쳐 “알라신이 원하신다면 이슬람에 반대되는 모든 것과 싸우는 것이다. 알라신을 위해 우리 같이 지하드(성전)를 하자” 등 선동 구호를 올리는 등 이슬람 극단주의를 전파한 혐의도 받고 있다.

KTJ는 ‘유일신성과 지하드’라는 뜻의 무장 테러단체다. 2014년쯤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 결성되었는데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적의 소수민족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UN은 2022년 3월 KTJ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 정당이자 준군사조직으로 미, EU, 영국 등에서 테러단체로 지정한 급진전 이슬람 원리주의 성격의 단체다.

11차례 난민 신청하며 체류 기간 연장

경찰 조사 결과 KTJ 추종자인 A는 2018년 3월 국내 대학에 합격하면서 유학생 비자(D-2)로 입국했다. 그는 우리나라 입국 전 우즈베키스탄에서도 테러 자금 지원 활동 등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즈베키스탄은 2022년 8월 A를 자국 형법 위반(테러 자금 지원) 혐의로 수배하면서 여권 무효화가 이뤄졌다. A는 2023년 3월 비자 연장을 신청하러 갔다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이후 11차례의 난민신청 통해 체류자격을 연장해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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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지정 테러단체 KTJ를 추종하는 우즈베키스탄인 A(29, 남)가 경기도 한 지역에서 축구 동호회를 직접 운영하며 자국 출신 회원들을 상대로 모금 활동을 하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그는 주로 경북 경산과 경기 안성지역에 체류하면서 자신의 SNS 계정에 “아프리카에 우물 사업을 추진하는 자선단체 ‘Y’를 지원한다”며 이슬람 난민의 사진과 국내·외 은행 계좌, 신용카드 결제 방식을 알리는 등 불법 모금 활동을 했다. 경기도 한 지역에서 축구 동호회를 운영하며 자국 출신 회원들을 상대로 모금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A가 모은 불법 자금은 가상자산 USDT 62만6819개다. 검거일 기준 단가 1520원을 적용하면 한화 약 9억5276만원으로 국내에서 밝혀진 테러 자금 모집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경찰 관계자는 “자선단체를 가장한 테러 자금 조성은 국제사회가 경계해 온 고전적 수법”이라며 “UN 안전보장이사회 대테러위원회와 미국 금융범죄단속국 보고서에 따르면 테러단체들은 비영리단체나 자선활동을 내세워 모금하고 이 돈을 테러 전투원의 활동비는 물론 그 가족들의 생활비 지원에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A가 모금한 돈 중 KTJ와 하마스 등에 실제로 흘러 들어간 금액은 27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경찰은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의 A 검거 요청 등에 따라 국정원, 미국 FBI와 공조를 통해 A의 소재지를 특정, 지난 16일 붙잡았다. A는 경찰 조사에서 KTJ 등에 모금한 돈을 보낸 사실을 인정하면서 “하마스나 KTJ는 테러단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가 추가 모금한 가상자산이나 현금을 파악하면서 공범 검거를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경주 APEC 회의와 관련된 자금 지원 등 잠재적 위해 가능성 유무에 대해서도 확인하는 등 모든 가능성과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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