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해설진도 '판정 입막음'...오심 79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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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진우(가운데)가 제주 선수에게 발을 밟혔지만, 주심은 페널티킥 선언은커녕 VAR도 보지 않았다. [사진 쿠팡플레이 캡처]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는 3년 연속 유료관중 300만을 돌파했다. 그러나 잇단 오심으로 팬들의 신뢰를 잃어 “K리그 불신의 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오죽했으면 K리그1 우승팀 전북 현대의 거스 포옛(우루과이) 감독이 소셜미디어(SNS)에 대놓고 오심을 저격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3일 전북 전진우가 페널티 박스에서 제주 선수에 발을 밟혀 쓰러졌지만, 심판은 페널티킥 선언은커녕 VAR(비디오판독)도 보지 않았다. 경기 후 “말할 게 없다”고 입을 닫았던 포옛 감독은 SNS에 “페널티킥도 아니고, VAR도 하지 않고, 말도 못한다”는 글을 올렸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뒤늦게 오심이라고 인정했는데도, 포옛 감독은 제재금 300만원 징계를 받았다.

전북 현대의 포옛 감독은 SNS에 “페널티킥도 아니고, VAR도 하지 않고, 말도 못한다”는 글로 오심을 대놓고 저격했다. [사진 포옛 SNS]
축구 규정상 감독과 선수가 인터뷰나 SNS를 통해 판정에 부정적 언급을 하면 출장정지나 제재금이 부과되지만,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진에도 판정에 대한 ‘입막음’이 시도됐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K리그 중계 관계자(해설위원·캐스터·제작진)가 들어가 있는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프로축구 K리그 한 중계사 제작팀 PD가 “향후 K리그 중계방송시 심판 판정에 대해 현장 중계진의 코멘트를 자제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심판 운영에 대한 책임은 대한축구협회 소관이지만, 중계방송에서 심판 판정에 대해 이런 저런 멘트를 할 경우 여러가지 오해가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SNS에 공개적으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토로한 전북의 포옛 감독이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 출석해 대기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뒤늦게 오심이라고 인정했는데도, 포옛 감독은 제재금 300만원 징계를 받았다. [연합뉴스]
축구팬과 시청자들에게 판정에 관해 객관적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 해설위원에게 판정 언급을 자제 시키는 것을 두고 “재갈을 물린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수 의원(국민의힘)의 관련 질의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제작팀에서 판정에 관한 해설위원 개인의 평가가 담긴 멘트를 조심해 달라는 취지의 공지를 올해 한 번 한 것이 확인됐다”고 해당 발언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연맹은 “중계진의 주관적인 의견과 평가를 즉각적으로 하는 게 부정확할 수 있고, 한쪽 팀을 응원하는 시청자에 거부감이 들 수 있어 판정 평가를 멘트를 남발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였다”고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았다.
대한축구협회는 2020년부터 K리그 심판진을 프로축구연맹에서 넘겨 받아 협회 심판위원회를 통해 관리한다. 프로축구연맹은 대한축구협회 산하 단체다. 프로축구연맹이 지분을 투자해 운영하는 자회사 스카이스포츠가 중계진에 판정 언급 자제를 요청한 건 프로축구연맹의 지시를 받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해설위원은 “그나마 판정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사람들마저 입을 막는다면 누가 이야기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심판 역량 강화보다 ‘오심 입단속’이 더 중요한 듯 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10일 K리그2 전남-천안전 오심 장면. VAR 화면을 통해 천안 최종 수비수(동그라미 속 흰 유니폼) 위치를 확인하고도 심판진은 오프사이드 판정과 함께 전남의 골을 취소했다. [사진 KFA TV 캡처]
‘실제 판정에 관한 해설위원 멘트가 줄었는지’ 묻자 프로축구연맹은 “객관적 수치 등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지난 8월 전남-천안전 오프사이드 논란 등 올해 K리그 오심만 79건에 달하며, 최근 5년간 대한체육회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축구 오심 민원도 14건이다. 수치상 거의 매 라운드 판정 이슈가 발생하는 셈인데, 심판은 징계 여부가 비공개인 데다 몇 경기만 빠졌다가 슬쩍 복귀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한 K리그 구단 관계자는 “개인 감정이 들어가지 않게 며칠 후에 경기를 다시 보는데도 ‘이 판정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난 3일 오심이 발생한 전북-제주전을 맡은 A주심이 특정팀에 불리한 판정을 한다는 의혹에도 제대로 된 징계 없이 배정된 것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심판 배정은 전산화 된 시스템을 통해 1차적으로 자동 배정된 뒤, 심판배정 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므로, 개인이 독단적으로 배정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VAR 체킹 중이라고 알리는 경기장 전광판. [사진 프로축구연맹]
판정과 별개로, A심판이 이사로 몸담고 있는 B회사가 프로축구연맹 공식 어플리케이션,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개인기량 인증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A심판은 해당 프로그램 업무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 않고, 해당 업체로부터 급여도 받지 않고 있다. 축구협회 임직원이 아닌 단순히 협회에 등록돼 활동하는 심판은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승수 의원은 “K리그 현직 심판이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가 K리그 구단으로부터 우대 받을 수 있어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 우려가 있다. 협회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오심이 계속 나온다면 의심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김 의원은 “최근 심판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축구 심판 판정을 총괄하는 문 위원장에게 각종 의혹에 대해 핀셋 질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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