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제1도련선 따라…'대중 견제 동참 요구서' 들고 오는 美 헤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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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미 국방 당국 간 고위급 회담인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4일 서울에서 열리는 가운데 미 전쟁부(국방부)도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의 아시아 순방을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쟁부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이번주 초부터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이어 일본·베트남·말레이시아·한국 등 4개국을 순방할 예정이다.

전쟁부는 "주요 의제는 우리의 최우선 전구(priority theater)인 인도 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집중력에 관한 것"이라면서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는 것과 우리의 집단적 방위(collective defense)에 기여하는 것의 중요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그세스의 순방 루트는 미·중의 해상 경계선인 제1도련선(the First Island Chain)을 따라 이뤄지는데, 그 자체로 미국의 대중 견제 목표를 확실히 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대만·베트남 등을 잇는 제1도련선은 중국의 해상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핵심이다. 미국은 이를 중국이 본토 접근을 막기 위해 장악하려는 일종의 해상 저지선으로 본다. 헤그세스의 '제1도련선 순방'은 바꿔 말하면 미국의 인태 전략에 기여하지 않는 동맹·우방국은 제1도련선 방어 전략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집단 방위를 강조한 것 역시 중국 압박을 위해 동맹과 우방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미 전쟁부는 특히 한국에 대해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동맹의 억제력과 방어에 더 큰 책임(responsibility)을 부담하고자하는 한국의 의지를 독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이에 앞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4일 헤그세스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제57차 SCM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공식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다. SCM에 앞서 두 장관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ADMM plus)에서 상견례 성격의 약식 회담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 동맹의 현안으로 꼽히는 국방비 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용도로의 역할 변경 등 주요한 문제는 서울 SCM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비 문제 등 현재 거론되는 동맹 현안을 거의 모두 다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미국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끌어올리는 ‘5% 룰’을 한국과 일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게 요구해왔다. 한국은 이를 충족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라는 전망이 많다. 자체 중기국방계획 등에 따르더라도 2030년대 중반까지 나토 식 모델인 ‘직접 국방비(GDP의 3.5%)+간접 인프라 투자(1.5%)’를 달성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국방비 청구서를 비롯한 안보 현안은 현재 진행 중인 관세 협상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10월 29일) 결과물에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SCM에선 이재명 정부가 국정 기획 과제로 정한 임기 내(2030년 6월) 전작권 전환 문제도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국방부는 이런 기조를 지난달 말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미 측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사 도입을 위한 3단계 검증 가운데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에 대한 검증이 진전을 보일지도 관건이다.

특히 미 측도 발표 자료에서 한국 측의 “더 큰 책임”을 거론한 만큼 전작권 전환 문제는 급물살을 탈 여지도 있다. 미국의 요구는 각 동맹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늘려 각각의 지역 안보 위협에 대응력을 키우되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 전략에도 동참하라는 데 있다. 대만 해협 유사시 미국이 한·일 등 아시아 동맹국의 직접적인 기여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기조가 이재명 정부의 전작권 전환 등 안보 정책과 맞물려 동맹 구조의 격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선 지난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상원의 내년도 미 국방수권법(NDAA 2026)에 주한미군을 기존의 2만 8500명에 묶어두는 것과 동시에 전작권 전환 관련 용도로 국방 예산을 쓸 수 없다는 점이 담겼다.

이와 관련, 안규백 장관은 이달 12일 국정감사에서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역할 확대와 관련해 “동의할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일본 방위성도 27일 헤그세스가 오는 29일 오전 10시에 방위성을 방문해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과 회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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