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코스피 4000 달성 우리 덕"…축배 든 與, 마냥 못 웃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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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둘째)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코스피 지수가 4000 포인트를 넘은 경제상황판을 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코스피 4000’ 달성에 환호했다.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부정 여론이 상당하지만 주가가 여론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주가가 부정 여론을 상쇄하는 역할이 커질수록 “한 번에 거품이 꺼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청래 대표가 이날 주식 시장 개장 시간인 오전 9시에 맞춰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하면서 “이 순간 종합 주가 지수가 4000을 넘었다”고 하자 지도부는 일제히 박수를 쏟아냈다. 정 대표는 회의장 뒤편에 걸린 경제 상황판을 보며 “국운이 계속 상승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코스피 4000을 넘어 5000을 만들겠다”(전현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이언주)며 축배를 들었다.

민주당에선 이날 “코스피 상승은 우리 덕”이라는 자화자찬이 쏟아졌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외교 노력과 내란 종식 추진이 대내외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꿔내는 촉매제가 됐다”고 논평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상법 개정을 거론하며 “국내 주식 시장 활성화를 위한 1차, 2차 상법 개정과 함께 ‘비생산적 투기 억제-생산적 금융 전환’이라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코스피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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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주 정부·여당은 10·15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골머리를 앓았다. 부동산 실언에 갭투자(전세 낀 매매) 논란이 커지던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지난 24일 심야에 전격 사의를 표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차관이 나간다고 부동산 정책에 효과가 생기는 건 아니지 않으냐“(원내 핵심 관계자)는 불안감은 여전했다. 이 때문에 정 대표는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부동산 정책은 민감하니 개별 의원의 돌출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날개를 단 주가 지수에 민주당은 “시선 돌리기에 성공했다”(민주당 지도부 의원)며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부동산) 대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언급한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조치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통한 배당 활성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의무공개매수제 및 스튜어드십 제도 도입,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 자본시장법 등 법 개정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 입장에선 부동산·물가·환율 등 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상 최고의 호황처럼 보이는 주식 시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며 “민주당은 4050세대 지지자가 다수여서 코스피를 부양하겠다는 구호가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가가 한 번에 폭락하면 큰일난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주식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 놓고 내년 설이 지나 주가가 한 번에 빠지면 선거는 완패”라며 “계속 주가가 올라간다고 너무 큰소리를 치면 나중에 역풍이 불 수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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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노원구 수락산역 인근 한 부동산 매물 안내판이 비어 있다. 10ㆍ15 부동산 대책 시행 후 열흘간 서울 아파트 거개량은 직전 열흘 대비 80% 가까이 급감했다. 연합뉴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지난 20~24일 조사해 2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51.2%로 지난주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23~24일 조사한 민주당 지지도는 한 주 전에 비해 2.4%포인트 하락한 44.1%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0.6%포인트 오른 37.3%로 집계됐다.

리얼미터는 “여권 인사의 (부동산) 실언이 여론에 악영향을 미쳤다”면서도 “코스피 3900 돌파, 한·미·중 정상회담 조율 등 경제·외교·민생 행보가 지지율 하락을 방어해 소폭 하락으로 마감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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