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홈스쿨링 아이들 돌아와” 폐교 위기 시골학교 무슨 일이
-
10회 연결
본문

학교 텃밭에서 수확한 감자를 든 합천 쌍백초 학생들. [사진 쌍백초]
“하나, 둘, 셋, 출발!”(선생님)
“간다아아아~.”(아이들)
지난 21일 오전 경남 합천의 쌍백초등학교. 1·2교시 수업을 마친 뒤 30분간의 ‘놀이 시간’을 만끽하는 아이들로 학교 운동장엔 활기가 넘쳤다. 학년 구분 없이 삼삼오오 모여 흙 놀이를 하거나 정글짐에 올랐다. 파랑·분홍·하얀 헬멧을 쓴 아이들은 선생님 신호에 맞춰 자전거 경주를 벌였다. 올해 들어 학생 수가 2배 넘게 증가, 밝아진 쌍백초 분위기다.
쌍백초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폐교를 걱정했다. 6학년 3명이 졸업하면, 올해 학생 수는 두 자릿수(11명)에서 한 자릿수(8명)로 뚝 떨어질 처지였다. 이미 2·3학년은 학생이 없어 빈 학급이었다. 한 명 있던 3학년 학생이 전학 가면서 새로 발령 온 3학년 담임은 갑자기 맡을 반이 사라졌다. 학급 수가 적어 교감도 없었다. 2032년 개교 100주년을 맞기도 전에 “학교가 통폐합되거나 없어질 판”이란 우려까지 나왔다.
이랬던 쌍백초에 지난 3월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학생 9명이 새로 학교에 오면서 전교생이 8명에서 17명으로 늘었다. 덕분에 모든 학년에 반이 생겼다. 교감과 보건교사까지 배치됐다. 윤점규 교장은 “여럿이 함께 하니 공부든 놀이든 아이들 의욕이 커졌다”고 했다. 6학년 정예준 군은 “예전엔 학교가 조용했는데 지금은 웃고 떠드는 소리가 커져서 즐거워요”라고 말했다.
쌍백초의 학생 수 증가는 ‘홈스쿨링(재택 교육)’ 가정의 아이들을 학교로 돌아오게 한 사례여서 더욱 주목받았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14일 “홈스쿨링 학생들이 공교육 안에서 배움의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끌고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교육 본연의 역할을 되살렸다”며 적극 행정 최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재택 교육을 받다 학교에 온 4학년 이선교 군은 “학교에 오면 하루가 금방 가는 것 같아요. 학교 텃밭에서 내 손으로 고추·가지·방울토마토도 키웠어요”라면서 “1학기에 1박 2일로 독서 캠프를 갔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다같이 책 읽고 놀고 저녁에 잠도 잤는데, 또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런 결과를 낳기까지 윤 교장의 노력이 컸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윤 교장은 홈스쿨링 가정을 자주 찾았다. 당시 학부모들은 공교육 불신 등이 컸지만, 윤 교장은 “넓은 운동장과 균형 잡힌 식단, 여러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같이 아이들을 키우자”고 설득했다. 특히 이들 학부모의 교육 철학·방식을 존중하며 학교 방침과의 절충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오전 재택 교육을 할 수 있게 등교 시간을 조정(9시→10시 30분)해준 게 대표적이다. 학생의 학습 수준·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학습 지원 방안 등도 제시했다.
또 학부모 사랑방, 학부모 탁구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를 학부모가 언제든 편히 찾는 장소로 바꿨다. 윤 교장이 직접 탁구를 가르치며 학부모와 친분을 쌓았다. 쌍백면사무소로부터 4000만원 예산 지원을 받아 학교 운동장에 학부모 등 지역민이 이용할 수 있는 ‘황토 맨발길’도 조성했다. 윤 교장은 “이젠 학부모들이 학생 수를 늘리려 주변에 학교를 홍보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