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도쿄 아카사카의 영빈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국 정상은 이 자리에서 ‘강력한’, ‘위대한’ 등의 수식어로 미·일 동맹을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다. 미·일 정상회담은 이날 자위대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오전 9시 50분에 시작됐다. 회담은 오전 10시 30분까지 40분간 진행됐다.

교도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모두 발언에서 “일본을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며 “우리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국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일 관계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했다. 미일 무역 합의에 대해선 "매우 공정한 합의”라며 “새로운 합의에 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일 동맹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이 될 것”이라며 “일본이 함께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 의미와 관련해선 “일본과 미국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함께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당선 후 축하 인사를 보낸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태국과 캄보디아 간 휴전 협정 체결을 위한 그의 노력을 칭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28일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회담 전 인사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날 양국 정상은 회담 전에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소속된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3차전 중계를 함께 시청했다. 양 정상이 환영식이 끝난 뒤에서도 회담장에 나타나지 않아 양국 회담 관계자들은 약 6분 동안을 기다려야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상회담 직전에 “방금 트럼프 대통령 방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고 왔는데, 다저스가 1-0으로 이기고 있다”며 관계자들에게 늦어진 이유를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다. 이에 배석한 미일 정부 관계자들은 긴장이 잠시 풀고 미소를 띄었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선 방위비 인상은 물론, 미·일 관세 협상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이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일본 방위비(방위 예산), 미일 관세 합의에 따른 일본의 5500억 달러(약 787조원) 대미 투자 등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28일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중요 광물ㆍ희토류 협정 서명 문서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미일 핵심광물 및 희토류 확보를 위한 채굴·정제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각국의 산업 기반과 첨단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광물과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양국은 금융 지원, 무역 조치, 핵심광물 비축제도 등 정책 수단을 활용하기로 했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기업 간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이기로 했다. 앞서 중국이 첨단산업 핵심 물질인 희토류 수출 통제를 예고한 상황에서 이에 대비하기 위한 공조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 정상은 이와 함께 앞서 타결한 미일 무역 합의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향후 관련 장관 등에게 필요한 추가 조치를 지시한다는 내용의 문서에도 서명했다.

양국 정상은 이후 오찬을 함께 했다. 이어 오후에는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에 함께 동승해 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로 이동하고,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도 같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본 NHK에 따르면 이날 영빈관 앞에는 미국의 대형 자동차 메이커 ‘포드’의 픽업트럭 2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일본 토요타 자동차 ‘캠리’도 전시됐다. NHK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은 미국 자동차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등 불만을 표시한 것을 고려해 양국 차량을 동시에 전시한 것으로 풀이됐다.

아사히신문은 전날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선물’로 미국산 픽업트럭인 포드 F-150 100~200대 구입안을 검토한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 발로 전했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일본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일본으로 역수입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한국으로 이동해 이재명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