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막판 협상에도 합의점 못찾아...‘성과 없는 회담’은 한·미 모두에 '데미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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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방명록 작성 때 쓴 만년필을 선물하고 있다. 2025.8.26 [공동취재]

29일 경주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협상 타결이 불투명해졌다. 양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 타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핵심 쟁점이 끝내 좁혀지지 않으면서 ‘성과 없는 회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미는 막판까지 장관급 협의 채널을 가동해 합의점을 모색했지만, 기대했던 극적 타결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주말 이후 최근까지 두 차례 이상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화상 회의를 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27일 “협상 타결은 아직 아닌 것 같다”며 “처리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고 매우 복잡한 협상”이라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타결에 매우 가깝다”고 밝힌 것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한국 정부 역시 “APEC 때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 장관이 29일 정상회담 직전 러트닉 장관을 만날 것으로 보이지만,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성과 연출’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핵심 쟁점은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 중 현금성 직접투자 비율과 분납 방식이다. 미국은 2000억 달러 현금 투자와 연 250억 달러 이상의 집행을 요구하고, 한국은 외환시장 충격을 고려해 연 150억 달러 이하로 맞서는 상황이다. 잇단 대화에도 양국 간 간극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협상 장기화에 따른 한국의 리스크는 ▶관세 인하 지연 ▶주력 산업 수출 타격 ▶원화가치 불안으로 요약된다. 자동차·부품 관세(25%→15%) 인하가 늦어지고, 관세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의약품 등이 최혜국대우(MFN)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이 이미 미국과 포괄 협정을 마무리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협상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은 최근 1430~1440원까지 밀렸다. 협상 교착이 길어질수록 시장 신뢰 저하와 외환 불안이 동시에 커지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협상 타결 기대감에 증시가 단기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협상 불발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도 충분하다.

미국 역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APEC은 ‘트럼프 관세’의 외교적 성과를 부각할 무대지만, 한국과의 협상이 교착되면 동맹 내 불협화음이 오히려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미국 제조업 부흥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꼽히는 만큼, 협력이 초기부터 흔들리면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정책 추진 동력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협상이 장기화하면 금융시장 불안, 산업 경쟁력 약화, 외교적 불신 등 양국 모두에 데미지가 누적된다”며 “오히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서로의 리스크를 공유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APEC과 정상회담이 모두 끝났는데 합의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 양국 모두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최소한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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