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부산 연제구 연제공용차고지에서 전기버스 화재초동조치 시스템 시연회를 개최해 개발회사 직원들이 전기버스 화재 확산을 억제 위해 질식소화포를 버스에 덮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불이 났을 때 전기버스 배터리가 열폭주를 일으키면 온도가 1000도 넘게 오릅니다. 이때 질식소화포를 덮으면 1분 만에 400도까지 낮춰 불이 주변에 번지는 속도를 크게 낮추죠.”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최근 버스 한 대를 통째로 덮어 불길을 잡는 질식소화포 시연에서 “덮인 소화포위로 물을 집중해 뿌리면 더 빠른 진화가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가로 13m, 세로 20m, 무게 104㎏의 소화포를 기사 등 4명이 덮는 데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화석 연료 대신 전기를 이용하는 전기버스가 늘며 각 지자체가 전기버스 화재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전기버스 화재사고는 보급 확산에 따라 늘었다. 소방청 집계를 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전기버스 화재사고는 16건 일어났다. 최근 2년간 10건이 집중되며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별로는 서울ㆍ경기도에서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가 7건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7월 경기 광명시의 차고지에서 일어난 화재사고 탓에 전기버스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오전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에 주차된 전기버스에서 일어난 화재인데, 당시 이 버스는 시동이 꺼진 상태였고 충전 중도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21일 오후 광명시 광명동의 한 버스 차고지에서 전기버스 화재 사고가 일어나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본부

장비 19대와 소방대원 50명을 투입해 불을 완전히 끄는 데 11시간이 걸렸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주민에겐 ‘전기 차량 화재로 유해가스 발생이 우려되니 창문을 닫는 등 안전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안전안내문자가 발송됐다. 지난 17일엔 경북 포항 도로를 달리던 전기버스에서 불이 나 기사 등 탑승자 2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자체는 운행ㆍ정차 중인 전기버스에서 불이 났을 때 이를 초기에 감지해 대피하고, 피해 확산을 막는 방안 마련에 주력한다.

시내버스 2517대 중 800대(31.8%)가 전기버스인 부산에선 차고지 33곳 중 6곳에 화재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질식소화포를 우선 보급했다. 전기버스 배터리의 온도를 상시 모니터하다가 이상이 있을 때 곧장 기사에게 위기를 알리는 시스템도 10개 노선버스 40대에 설치해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버스운송사업조합과 소방재난본부가 협약해 각 차고지 전기버스 정보를 공유하고, 화재 상황을 대비해 정례 훈련을 진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경기 안양시에서도 지난해 9월 질식소화포를 도입했다. 서울시의 경우 리튬 화재진압용 전용소화기를 비치하고, 전기버스 화재 때 조기 진압할 수 있도록 운전자를 교육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대책을 지난해 7월 발표했다.

충남도에서는 리튬 배터리 열폭주 실험 등이 가능한 훈련센터를 다음 달 개관해 일선 소방대원 훈련을 시작한다. ‘친환경연료 화재대응훈련센터’라는 이름의 이 센터는 충남 119복합타운내에 지어졌다. 전기버스를 포함해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연소ㆍ진압 관련 실험 및 훈련과 현장 대원 교육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이다.

부산 강서구 공영버스차고지에서 부산소방재난본부 주관으로 전기버스 화재 대응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충남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초기 효과적인 진화 방법을 연구하고, 소방대원의 화재 진압 경험을 축적해 대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