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런베뮤 직원의 죽음…"식사 거른채 15시간, 주80시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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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에 손님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중앙포토
줄 서서 기다리는 빵집으로 유명한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0대 직원이 회사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사망 직전 일주일 동안 주 80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며 과로사 의혹을 제기했다.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런던베이글 인천점 주임으로 근무하던 A씨(26)가 지난 7월 16일 오전 8시 2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의 직원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해 5월 입사해 14개월째 근무 중이었다.
유족은 회사가 출퇴근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근무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A씨의 문자 메시지와 교통카드 이용 내역 등을 분석해 근로시간을 산출했다. 그 결과 A씨는 사망 전 일주일 동안 80시간 12분, 사망 전 12주 동안은 주 평균 60시간 넘게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이 정한 급성·단기·만기 과로에 모두 해당하는 수준이다.
A씨는 사망 전날 오전 8시 58분 출근해 오후 11시 54분까지 약 15시간 동안 식사도 하지 못한 채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자친구에게는 "오늘 밥 못 먹으러 가서 계속 일하는 중", "이슈가 있어서 밥 먹으러 갈 수가 (없어)"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유족은 A씨가 신규 지점 오픈 준비와 운영 업무를 병행하며 극심한 업무 부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의 사망에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키 185㎝, 몸무게 80㎏의 건장한 체격이었던 A씨가 과로로 사망했다고 보고 지난 22일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반면 회사 측은 과로사 가능성을 부인하며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런던베이글 한 임원이 유족에게 "산재를 신청하는 것은 굉장히 부도덕해 보인다"고 폭언했다는 주장도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의당은 전날 성명을 내고 "회사는 과로사 의혹을 부정하며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며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어 "고인이 과로사한 게 맞으면 동료들도 같은 처지일 가능성이 크다"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용노동부 차원의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런던베이글 측은 "고인의 일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주 80시간 근무' 등 유족의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이날 "당사의 매장 관리 직원은 일 8시간과 일 9시간 근무 형태로 구성돼있고 모든 직원은 월 8회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며 "본사가 파악하지 못한 연장근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주 80시간까지 연장근무가 이뤄졌다는 유족의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입사 이후 13개월 동안 7회(9시간) 연장근로를 신청했고, 당사가 파악한 고인의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44.1시간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전체 직원의 평균 근로시간인 주 43.5시간과 유사한 수준으로 주 80시간 근무했다는 유족의 주장은 우리의 조사 결과와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로계약서와 스케줄표, 급여명세서 등을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런던베이글에 대한 근로감독 실시를 검토 중이다. 노동부는 실제 근로시간과 주 52시간제 위반 여부, 근로계약의 적정성 등을 중심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논란이 불거지자 런던베이글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의 댓글 기능을 차단했으며, 창업자인 료(본명 이효정)는 자신의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2021년 서울 안국역 인근에 1호점을 연 런던베이글은 브랜드 특유의 감성 등으로 큰 인기를 끈 뒤 현재 전국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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