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김정은에 성급한 '번개'…"주한미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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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며 대북 제재 해제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공개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회담을 제안하는 데 대해 미국 조야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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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특히 ‘피스 메이커’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되지 않은 북·미 정상회담을 강행할 경우 한·미 동맹의 근간까지 흔들리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전선언·주한미군 철수로 가는 수순”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국제정책·동아시아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북·미 대화 시도는 한국과 이재명 대통령을 큰 딜레마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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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도쿄 아카사카 궁 영빈관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방위비 분담금 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나이더 교수는 “하노이에서의 재앙(disaster)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김정은이 대화에 매우 신중한 반면 트럼프는 세계 이슈에 자신이 중요한 인물이란 점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목적만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진지하지 않은 트럼프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을 끝낸 김정은을 성급하게 만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북한에 대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 보유국)”라고 언급했고, 26일엔 김 위원장과 만나면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뒤 대북 제재 해제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나이더 교수는 이러한 기류 속에서 돌출한 김정은과의 깜짝 회담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는 공식적으로는 부정하겠지만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하는 대화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대화는 결국 종전선언과 유엔군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의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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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동맹 부담 넘어 동맹 근간까지 위협”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일단 선을 그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북핵에 대한 기본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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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결단의 책상'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악관 제공

그러나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긴장 완화나 한국전쟁 종식 선언을 통한 평화 프레임워크 과시를 위해 김정은과의 관계 재개를 시도할 수 있다”며 “이러한 만남이 성사될 경우 특히 한국의 입장에선 미국이 동맹에 대한 약속 등 동맹의 근간까지 수정될지를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로닌 석좌는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이 동맹국에게 했던 전통적인 약속을 깨고 동맹국에서 큰 부담을 지우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며 “아직까지는 동맹에 대한 확고한 약속(ironclad commitment) 자체에서 벗어나는 데 초점을 맞춰오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난제를 돌파하기 위한 성급한 대북 대화 재개는 그간 무역 협상에서 보여왔던 동맹에 대한 압박 차원을 넘어, 자칫 동맹에 대한 근간 자체를 흔들 중대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스나이더 교수 역시 “궁극적으로 트럼프는 진정한 동맹은 필요 없고, 과거 수 세기 동안 중국 황제가 했던 것처럼 자신에게 간청하는 사람만을 원하는 성격”이라며 수십년을 이어온 동맹의 가치와 그에 대한 믿음이 트럼프 행정부 때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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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동 의지를 밝힌 가운데 미국 CNN은 방한 기간에 맞춰 임진각 인근 한 카페 테라스를 임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해당 카페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 근본적 딜레마 빠질 것…무역 동시 부담”

스나이더 교수는 동맹의 가치와 믿음에 대한 신뢰가 깨질 위기 상황과 관련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 정권에 대해 협력과 공조를 강화해 대처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안타깝게 일본과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유화적 행동은 결과적으로 한국을 고립되는 쪽으로 움직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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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동지의 참관 아래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착공식이 23일 수도 평양에서 숭엄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뉴스1

특히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이뤄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 휴전’ 잠정 합의는 한국 정부에게 더 큰 부담 요인이 될 거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이뤄진 중국과의 무역 휴전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경제적 재앙이 될 수용할 수 없는 무역협상에 대한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 북한과의 조급한 대화까지 겹칠 경우 북한과의 대화와 관여를 지지해온 이재명 정부는 대북 대화 자체에까지 동의할 수 없는 큰 딜레마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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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에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28일 일본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열린 미일 양자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장대를 사열하는 동안 경례를 하고 있는 가운데 손짓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크로닌 석좌도 “트럼프 정부가 여전히 (한·미·일) 3국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인도와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사례는 강력한 동맹 역시 핵심 사안에 동의하지 못할 경우 언제라도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확실한 경고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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