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미 협상 해법은 마스가 동맹?…트럼프, 韓조선소 방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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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백악관 X(옛 트위터)
한국과 미국 간 무역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 대미 투자 펀드의 구성과 집행 방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오는 29일 한국에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극적 타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는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그는 “한국과의 협상에 차질이 생긴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는데, 말을 이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세부 사항을 많이 조율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협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29일 안에 최종 타결될 것으로 보느냐는 후속 질문에 베센트 장관은 “완전히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도 전날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 패키지의 주요 내용에 대한 양국 논의가 아직 교착 상태”라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타결을 목표로 두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본 도쿄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며 엄지손가락으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을 가리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재무 “29일까지 마무리되진 않을 것”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도 같은 날 외신 간담회에서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협상이 다소 장기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익 최우선 관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힌 발언들이다.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 가운데 현금성 직접 투자는 2000억 달러 수준으로 하는 데까지 의견 접근을 봤지만, 미국은 연 250억 달러를 8년에 걸쳐 집행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외환시장에 미칠 수 있는 충격을 감안해 연간 150억 달러 이상 집행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금성 투자 규모와 집행 기간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조선업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돌파구 마련의 단초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8월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ㆍ미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제작한 ‘마스가(MASGA)’ 문구가 적힌 빨간 모자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뉴스1
USTR 대표 “韓, 美 조선업에 더 투자”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7일 한국과의 협상 상황을 설명하면서 “협상은 몇 가지 부분으로 구성된다. 일단 비관세 무역 장벽 상당수를 해결했고, 앞으로의 투자와 관련된 또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미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이 미국 조선업에 투자할 훌륭한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 솔직히 말해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는 방식을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실행할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말을 곧바로 받으며 양국 간 조선업 협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조선 분야에서 우리는 조선업 재활성화에 매우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며 “사실 우리는 조선업을 잃어서는 안 됐다. 우리는 다시 (조선업) 1위가 되거나 그 근처에 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리어 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의 대미 투자 펀드 이행 방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아픈 손가락’인 조선 분야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새로운 제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선 분야’ 새로운 제안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오션 필리조선소를 찾아 방명록에 서명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5일 이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다음날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한다고 하자 옆에 배석한 JD 밴스 부통령에게 “한번 같이 가보라”고 권유하는 등 미국 조선업 재건 필요성을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조선업 협력은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고 한때 번창했던 미국의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한국이 막대한 자금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 기간 국내 조선소 한 곳을 방문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8년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화오션 전신인 대우중공업의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소 현장 방문설이 흘러나올 만큼 그가 ‘마스가’에 열의를 보이는 이유는 조선업 부흥이 단순히 ‘미국 산업 르네상스’ 차원을 넘어 미국의 경제안보와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미국 조선업의 쇠퇴로 현재 중국이 세계 조선 수주량의 절반 이상을 점하는 상황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급속히 약화된 해양 패권 회복이 시급한 안보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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