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힘 "축의금 돌려줘도 뇌물죄 성립"…커지는 최민희 사퇴론

본문

btea31dea30fd5dfccc68eeda83dc15e67.jpg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26일 본회의장에서 딸 결혼식 축의금 액수가 적힌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최 위원장 측은 “피감기관 등에 축의금을 돌려주라고 지시하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사진 서울신문

딸 결혼식 축의금 문제에 휩싸인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한 야권의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뇌물죄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서며 압박한 반면 최 위원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사퇴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당혹감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28일 최 위원장을 향해 “위원장에서 즉각 사퇴하라”로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국감 중 국회에서 결혼식을 열어 계좌번호와 카드 결제 기능이 담긴 청첩장을 뿌리는 건 피감기관에 대한 명백한 압박”이라며 “축의금을 돌려준다고 면죄부를 받는 게 아니라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피감기관 관계자로부터 수십만~백만원대 축의금을 받은 행위는 김영란법 위반과 뇌물수수 의혹을 피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의 딸은 국감 기간인 지난 18일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국감 기간에 상임위원장의 자녀가 국회에서 결혼한 것 자체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지난 26일 최 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축의금 액수를 확인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며 파장은 더 커졌다. 최 위원장은 “기관 및 기업으로부터 들어온 축의금을 돌려드리도록 보좌진에게 지시하는 내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야권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bt603929069ee4d60ad03aa23818597280.jpg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한국방송공사(KBS),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국감 기간 중 있었던 최민희 위원장의 자녀 결혼식 문제와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은 뇌물죄 고발뿐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도 무기로 꺼내들었다. 당 관계자는 “국감 기간 중 최 위원장이 3일 연속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청문회를 밀어붙이는 등 무리한 일정을 고집해 과방위 직원 3명이 질병 및 과로로 쓰러졌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어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 유해 요인으로 직업과 관련한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할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29일 갑질 문제를 다루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도 최 위원장을 신고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과방위의 MBC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최 위원장이 MBC 보도에 불만을 제기하며 MBC 보도본부장을 퇴장 조치한 게 갑질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btb2d86afb1ad0e8fedf3e6dd52f56f430.jpg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더 나아가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장남 동호씨의 축의금 내역도 공개하라며 전선을 확대했다. 동호씨는 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6월 14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축의금 입금용 계좌번호가 적힌 모바일 청첩장이 온라인 게시판 등에 공유돼 논란이 일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채널 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인터뷰에서 “하객이 굉장히 많았다고 확인이 됐다. 축의금 액수를 공직자 재산에 등록하고 증여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전방위 공세에도 민주당은 이날 최 위원장 ‘사퇴 불가’ 방침을 강조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축의금을 반환하며 사태를 수습한 만큼 사퇴할 문제까진 아니다”고 했다. 다른 원내 관계자도 “사안이 더 커질 일은 아닌 걸로 보인다”고 했다. 대변인단은 최 위원장을 엄호했다.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최 의원이 불필요한 논란을 사지 않으려 신속 조치를 하려다 (축의금 명단을) 보게 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저는 최민희 의원처럼 축의금을 돌려줄 용기를 내지 못 했다”며 “이제 그 정도 했으면 되지 않았느냐.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고 했다.

bte273d5bc614ddf8eb3c5d3307bb6cca2.jpg

곽상언 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하지만 수면 아래선 당혹스러워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한 초선 의원은 “최 위원장에게 여러 의원들이 우려를 전달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감정이 격해지면 어디로 튈지 몰라 걱정”이라고 했다.

최 위원장이 이날 페이스북에 “악의적 허위 조작 정보는 사회적 가치관을 병들게 하는 암세포”라며 “다시 노무현 정신으로 무장할 때”라고 쓴 게 ‘내부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가치를 해하는 것은 노무현 정신이 아니다”며 “엿장수 마음이 노무현 정신은 아닐 것”이라고 최 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쯤 해당 글을 삭제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너무 심하게 한다”며 “나 사퇴 안 한다.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70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