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 한·미 정상회담 마지막 점검…관세 기싸움 속 ‘장기화’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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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 방문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1호기에서 내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에 도착했다. 이날 별도의 외부 일정을 잡지 않는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막판 준비에 집중했다.

1박2일간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전날 심야에 귀국한 이 대통령은 이날 공식 외부 활동 없이 참모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APEC 및 정상회담 상황을 점검했다. APEC 의장 자격으로 이번 행사를 이끄는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10월 31일~11월 1일) 주재 외에도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10여개 국가 정상들과 닷새간 릴레이 양자 회담에 진행한다.

가장 큰 현안인 한·미 관세 협상은 이 대통령이 경주로 간 28일까지도 최종 타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주말 이후 두 차례 이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화상 회의를 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의 현금 투자 비중 등 핵심 쟁점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개된 미국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협상이) 지연된다고 해서 꼭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며 협상 장기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도 같은 날 외신 간담회에서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같은 날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에서 ‘한·미 협상이 정상회담 중에 타결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I think not quite)”고 답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끝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러트닉 장관을 조만간 직접 만날 계획이다.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두 사람이 회담 직전까지 실무협상을 진행했던 만큼 이번 정상회담 직전에도 고위급 협상을 통해 최종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의) 채널은 늘 열려 있다”며 극적 타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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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러트닉 장관과 따로 만날 계획이다. [사진 산업통상부]

관세 협상이 완전히 타결되면 한·미 정상회담에선 양국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전망이다.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공동 합의문이나 팩트시트(설명자료) 형태로 ‘안보·관세 패키지딜’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양국은 동맹 현대화와 방위비 인상 같은 안보 이슈에선 대부분 이견을 해소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개된 미국 블룸버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보 분야 협상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경제 분야, 특히 무역 협상은 잠정적 합의에 도달한 상태이며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이미 합의된 ‘안보 분야’ 합의 내용만 공동 성명 등의 형태로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보 분야의 협력이 관세 협상의 선순환을 이끌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 입장에선 이 또한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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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별도 합의 사항을 발표하지 않는 ‘노딜’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관세 인하와 공공 주도 대규모 대미 투자 펀드를 골자로 하는 미·일 관세 협상 모델이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유럽연합(EU) 방식과 같은 ‘제3의 대안’이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대통령실 안팎에서 나온다. 다만 그렇게 되면 협상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자동차·철강 등 미국에 고율 관세를 내야 하는 국내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대통령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며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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