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맘먹고 드론 쏘면 못 막을수도…'총체적 난국' 한국의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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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러시아가 샤헤드-136 477대를 동원한 대규모 공격의 드론과 미사일 경로도. 유로마이단프레스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 전쟁, 심지어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무기 체계가 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는 소량의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과 함께 사거리가 수백 ㎞에 이르는 장거리 자폭 수백 대가 함께 일명 섞어 쏘기 전술도 일상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섞어 쏘기 전술에서 드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폭탄을 탑재한 자폭 드론 외 우크라이나의 이동식 대공 방어망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대공미사일을 소모하도록 만들려는 디코이(미끼) 드론 등 드론의 쓰임새도 다양하다. GPS와 관성항법을 사용하던 유도 방식이 우크라이나의 이동통신망을 사용하거나 우크라이나가 이용하는 스타링크를 사용하는 등 복잡다단하게 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는 드론

최근 우크라이나 외 유럽 여러 나라가 드론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러시아 드론의 가장 큰 피해자는 폴란드다. 현지시간 9월 9일과 10일 사이 다수의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을 침범했고, 폴란드군 헬기와 전투기 그리고 항공 순찰을 위해 파견된 네덜란드 공군 F-35가 출격해 드론을 격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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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 떨어진 러시아제 게베라 미끼 드론. X@visegrad24

파편 등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드론은 폭발물이 없는 미끼 역할이나 방공망 소모를 위해 사용하는 게베라 드론으로 밝혀졌다. 많은 분석가는 러시아가 폴란드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벌인 도발로 보고 있다.

9월 22일 덴마크, 10월 2일 독일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출현했고, 각각 코펜하겐 공항과 뮌헨 공항의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이 외 노르웨이·프랑스·벨기에 등 공군기지 인근에서 드론이 목격되는 등 드론으로 인한 피해가 누적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를 배후로 의심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드론 대응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의 발트 3국과 이들과 접한 폴란드, 핀란드 그리고 노르웨이가 있다. 이들 6개국은 러시아와 국경 지역에 지뢰 매설 등 물리적 장벽을 세우면서 드론 방어를 위한 대드론 기술도 추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러시아와 인접한 동쪽 지역에 드론 침입으로부터 유럽을 보호하려는 드론 방벽을 구축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드론 침범으로 계획이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 배워온 북한과 마주한 우리의 현실

하지만, 드론에 의한 위협이 이제 우리에게도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북한의 드론이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녔고, 2022년 12월 26일앤 북한 드론이 서울 상공까지 날아온 뒤 돌아가는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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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자폭 드론을 살피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스1

3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드론 방어 태세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드론 능력은 2022년보다 현격히 발전했다. 러시아 파병의 대가로 다양한 드론 기술을 이전받았고, 보병들이 운용하는 소형 드론에서 사거리 2000㎞가 넘는 이란제 샤헤드-136과 유사한 장거리 자폭 드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드론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대형 드론은 그나마 대공방어를 통해 요격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미 북한은 드론 이전에 다양한 장거리 무기를 개발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즉, 러시아가 보여주고 있는 섞어 쏘기 전술을 북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군은 북한의 위협을 휴전선 일대의 장사정포와 탄도곡선을 그리는 각종 탄도미사일에 맞춰왔다. 장거리 자폭 드론은 우리의 방어선을 우회해 동해안과 서해안 일대로 들어와 국토 여러 곳을 공격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을 기반으로 대량 생산할 경우 우리 군의 방어 역량을 초과할 수도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소형 일인칭(FPV) 드론을 탑재한 컨테이너를 보내 러시아군 폭격기 등 중요 전력을 타격한 ‘스파이더 웹’ 작전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북한도 스파이더 웹과 유사한 작전으로 우리 주요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소형 드론은 기존 대공방어망으로는 방어가 어렵기 때문에 전용 대드론 체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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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한 소형 드론으로 멀리 떨어진 러시아 전략 폭격기를 공격한 스파이더웹 작전은 여러 국가에 충격을 주었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이렇게 우리나라는 국토 내 외부 모두에서 드론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군은 북한의 장거리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고, 민·관은 중요시설을 소형 드론 위협에서 지키려고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부실한 통합 대드론 방어 협력과 부족한 대드론 체계 시험 능력

장거리 드론은 군의 대공방어 영역이기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소형 드론의 위협을 상정하고 있는 민·관의 대드론 방어는 새로 구축 중이다. 하지만, 중요시설 대드론 방어는 민·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군의 도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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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서울시 안보포럼에서 대드론 장비를 살펴보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최근 북한의 드론 위협이 심화하면서 민·관·군이 함께 머리를 모으고 있다. 9월 17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와 육군수도방위사령부가 ‘AX시대 드론전쟁, 서울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025 안보포럼을 열었다. 이틀 후 9월 19일 서울시청과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가 주최하고, 민·관·군·산·학·연 관련 전문가 100명이 참석한 25-3차 대드론체계 발전협의회 포럼이 진행됐다. 9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드론·대드론 전력지원을 위한 한국형 AI 기술발전 포럼’에서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언뜻 보면 민·관·군·산·학·연이 모두 모인 종합적인 행사로 보일 수 있지만, 군의 경우 수도방위사령부, 육군 제1방공여단, 육군방공학교 등 주로 육군만 참여했다. 북한의 드론 공격은 단순히 장거리 또는 단거리 공격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즉, 군의 장거리 경보와 중요시설의 단거리 경보가 서로 연동돼야 하는 복잡한 구조를 가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합참과 국방부 같은 군 조직의 참여 부재는 종합적인 방어 전략의 공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중요 시설 대드론 체계의 구축에 군의 역할은 크다. 중요 시설의 방어 책임은 시설 경계에서 시작한다. 즉, 경계 밖에서 시작하는 위협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단과 방법이 법적으로 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설이 보내는 경보를 처리해야 하는 것은 군이나 경찰이기 때문에 이를 컨트롤할 책임이 있는 국방부와 합참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육군은 여러 행사에서 2020년 신설했다가 최근 해체한 미 국방부의 통합 소형기 대응 사무국 JCO와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태스크포스인 JIATF 401과 유사한 조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JCO은 미 국방부 합동 조직이지만 미 육군이 주도했고, JIATF 401은 미 국방부에서 통합적으로 주도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이런 조직을 창설하고 담당해야 할 우리 국방부나 합참은 그동안 관련 토론 등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가 방위를 담당하는 군이 전반적인 방어 전략과 민간과 관의 방어 태세를 점검하고 지휘해야 함에도 국방부나 합참은 이를 조정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여러 곳에서 우려하고 있다.

협력 체계 외 시설 대드론 방어에 사용될 장비의 성능 검증에 대한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대드론 장비를 시험할 시험장이 한 곳이지만, 전파를 이용한 장비를 충분히 시험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이런 제약 때문에 일부 대드론 체계 업체는 몽골 등 외국에 나가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실전과 같은 시험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개발된 장비의 성능 검증이 부실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대드론 체계의 시험과 평가를 진행할 평가단이 유연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전에서 드론은 카멜레온처럼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단이 경직된 요구조건(ROC)만을 따를 경우 충분한 대응이 어렵다.

현재 우리의 대드론 방어 대상은 전파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드론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전파 방해가 통하지 않는 광섬유 드론이 수십 ㎞ 떨어진 표적도 공격하는 실정이다. 다양한 위협을 평가단이 상정하고, 때로는 가상 적군을 뜻하는 레드팀이 되어 실전적인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 평가단이 구성돼야 하고, 예산 배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밖에 현재 드론 방어의 주요 수단인 레이더와 재머 같은 전파 사용 기기의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법규와 시설의 드론 제압 이후 벌어질 수 있는 부차적 피해에 대한 책임 면제 등을 위한 법안 등 법적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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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AI 방산업체 헬싱이 공개한 신형 초음속 스텔스 드론 CA-1 유로파. 길이 11m, 폭 10m, 최대 이륙중량 4t인 CA-1 유로파는 2027년 첫 시험비행, 2031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다. 이처럼 드론과 미사일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금까지 설명한 여러 문제는 필자가 대드론 협의체에 참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직접 들은 문제 중 일부일 뿐이다. 전선이 없는 드론의 위협에서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려면 민·관·군의 치밀한 협력, 방어에 사용할 체계의 성능 검증 그리고 인증한 체계의 사용을 보장하는 법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하루빨리 국가 차원의 통합 대드론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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