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힘받는 원자력 협정 개정…K원전 ‘저비용 고효율’ 날개 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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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미 정상회담 기대감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의 ‘대수술’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연료 농축·재처리 권한이 늘어날 경우 K-원전 산업계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29일 경주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관세 협상의 최종 타결 여부다. 하지만 경제, 에너지 안보 면에서 또 하나 중요한 이벤트가 원자력 협정 개정 이슈다. 정부는 관세 협상의 최종 타결은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원자력 협정 개정을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언론과 만나 “한·미간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축과 재처리가 가능한 일본과 같은 권한을 허용해달라는 한국의 요청에 “미국의 긍정적 반응이 있었다”는 것이다.
원자력 협정은 1974년부터 한국의 원자력 연료 재활용을 제한해온 ‘족쇄’다. 협정은 미국의 사전 동의·허가 없이 한국이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정에 따라 한국은 핵연료를 전량 수입하고, 사용 후 핵연료는 원전 내 저장해왔다. 2015년 재협상 당시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를 시도했지만, 미국의 사전 동의 아래 연구 목적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거나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정도로 합의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원자력 협정 개정의 핵심 쟁점은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와 ‘핵연료 재처리’다.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대하면 국내 생산을 통해 수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우라늄 수입액은 13억40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순도 높은 우라늄을 농축해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에 쓸 경우 발전 효율을 높이고 소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전 기업이 국내외 우라늄 농축 시설에 지분투자 등을 통해 우라늄 수급 애로를 해소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원전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골칫덩이’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부담을 덜 수 있다. 임시 저장 상태라 포화를 우려하는 폐기물 저장 용량 관리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고리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용량 포화율은 93.5%다. 2030년대에는 한빛·한울·월성 원전도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폐기물 저장 포화 시기를 늦추는 수준인 만큼 근본적으로는 영구 저장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이 자체 핵연료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해외로 원전을 수출할 때 K-원전의 ‘저비용 고효율’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원자력 협정에 가로막혀 한국이 시도하지 못한 핵연료 순환산업(재처리-재사용)으로 원전 생태계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가 핵무기를 만드는 데도 필요한 기술인 만큼 (핵 능력과 무관한) 한국은 경제적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해 미국의 우려를 덜어낼 필요가 있다. 최성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더라도 투명한 기술 공개, 핵 물질의 실시간 계량,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체계를 먼저 채택하고 기술을 공여해 ‘책임 있는 원전 기술 보유국’ 이미지를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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