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빈 살만 만난 정의선 ‘킹 살만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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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동 거점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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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가운데)이 지난 26일 사우디아라비아 공장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에 속도를 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총리)와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사우디에 짓고 있는 그룹 첫 중동 생산기지 현장도 점검했다.

미국 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되, 제3 지대 공략을 병행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이다.

2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8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비공식 골프 회동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미국 사업장을 점검한 데 이어 사우디를 찾았다. 귀국후엔 29일 곧바로 경주로 이동해 ‘APEC CEO 서밋’에 참석하고, 한미 관세협상도 측면 지원한다.

정 회장은 지난 27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 현대차그룹과 사우디 간 모빌리티·스마트시티·에너지 분야의 다각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가 석유 에너지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하고 제조업·수소에너지 등으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발전 프로젝트 ‘비전2030’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 및 사우디국부펀드(PIF)와 함께 짓고 있는 자동차 생산공장(HMMME) 건설 사업 이상의, 중장기 협력 관계를 확대하려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왕세자 면담에 앞서 지난 26일 사우디 서부의 해안가에 위치한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 내 HMMME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봤다. 정 회장은 “사우디 생산 거점 구축은 현대차가 중동에서 내딛는 새로운 도전의 발걸음”이라며 “고온, 사막 등 이전 거점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모빌리티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모든 부문에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HMMME 생산 공정에는 고온·사막 환경에 특화된 냉각 시스템과 내열 내장재 등 지역 맞춤형 기술이 적용된다.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는 사우디 정부가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하는 전략 클러스터다. 현대차와 PIF가 7 대 3 비율로 지분을 보유한 HMMME은 지난 5월 착공식을 열고 이곳에 연간 5만대 규모의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2026년 4분기 가동이 목표다.

사우디는 지난해 기준 중동 전체 자동차 판매량(249만 대)의 34%(84만 대)가 판매된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또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수도 리야드 내 자동차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9월 기준 총 14만9604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며 토요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사우디를 중동 전역 및 북아프리카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중동에서 성과를 낼 경우, 현재 지나치게 높은 미국 시장 의존도(올해 상반기 매출의 38%, 판매량 기준 30%)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 사우디 공장은 현지화 수준을 넘어서, 중동 전체 공급망 전략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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