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주담대 규제 비켜간 고액 연봉자들…신용대출 뚫어 집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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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규제로 현금 부자와, 신용대출 한도가 많이 나오는 초고소득자의 부동산 매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 제출받은 ‘1~9월 서울 주택 매매 자금조달계획서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월 서울에서 금융사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거래 비중은 64.65%였다. 하지만 6·27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7~9월에는 이 비중이 59.7%로 감소했다. 임대보증금을 끼고 집을 산 거래(갭투자) 비중도 지난 1~6월 40.28%에서 7~9월 35.79%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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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정부는 6·27 대출 규제에서 수도권 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또 1주택자(처분 조건부만 예외) 이상에게는 수도권 규제지역 집 살 때 대출을 내어주지 않기로 했다. 결국 집값을 전부 자기 자금으로 지불한 현금 부자만 규제를 비껴가 매수세를 이어 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거래 중에서도 초고소득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양극화가 발생했다. 주택 매매 자금조달계획서 집계 자료에 따르면 금융사 대출이 있는 거래 중에서 6억원 이상 돈을 빌려 집을 산 거래 비중은 올해 1~6월 36.98%였다. 하지만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출 규제 이후 이 비중이 39.65%로 오히려 2.67%포인트 올랐다.

금융당국은 수도권 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만 6억원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신용대출이나 예금담보대출 같은 주담대가 아닌 방식으로 돈을 빌리면, 6억원보다 더 많은 돈을 조달할 수 있다. 다만 신용대출은 원금의 10%와 이자를 원리금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주담대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더 많이 반영된다. 주담대에 신용대출까지 더해 6억원 이상 빌리려면 연봉이 수억원에 달하는 초고소득자여야 가능하다. 소득이 높지 않은 사람들은 정부 규제에 대출이 막혀 주택 매수를 포기했지만, 초고소득자는 이와 상관없이 6억원 이상의 대출을 끌어 주택 매수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ㆍ27 대책 이후인 7~9월에 6억원 이상 대출 비중이 급증한 곳은 강남구(30.81%→48.92%)ㆍ서초구(29.13→37.1%)ㆍ성동구(46.92%→54.66%) 등이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를 하면 자금이 부족하거나 소득이 낮은 사람의 주거 사다리만 더 제한되고, 현금이 많거나 소득이 많은 사람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이는 서민들의 집 매수 기회를 줄여 결국 자산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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