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산가리 막걸리 수사' 허위자백 정황에도…검사 처벌은 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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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백씨와 그의 딸. 뉴스1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아버지와 딸이 16년 만에 무죄로 뒤바뀌었다. 재심 재판부는 검찰 조사에서 자백 강요 등이 있었다고 인정했으나, 당시 수사 검사들은 공소시효가 지난 관계로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백모(75)씨와 백씨의 딸(41)은 1심·항소심·대법원 상고심까지 약 15년 간의 감옥살이를 했다. 대법원이 백씨에게 무기징역, 딸에게 징역 20년을 확정한 이후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며 재심을 신청해 지난해 1월 재심 개시가 결정돼서야 교도소를 나왔다.
재심 재판을 맡은 광주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의영)는 허위 자백 강요, 조서 꾸미기 등 수사기관의 위법 정황을 무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백씨가 초등학교 2학년을 중퇴해 이름 정도 외에는 읽고 쓰는 일이 서툴고 그의 딸 또한 독립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계성 지능장애를 갖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진술 거부권, 변호인 참여권 등 정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각각 장시간 이어진 신문을 마치고 몇 분 만에 조서 열람을 마쳤다. 검찰은 이들의 자백을 핵심 증거로 기소했었다.
피고인 입장에서 유리한 증거가 재판에 제출되지 않은 부분도 무죄로 뒤바뀐 이유가 됐다. 검찰이 특정한 막걸리 구입 경로와 부녀의 행적이 일치하지 않는 CCTV 영상은 법정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범행 도구로 압수된 일회용 수저에서 청산염이 검출되지 않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또한 증거물 목록에서 누락됐다.
이러한 위법수사 정황이 사실이라면 담당 검사들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범죄들의 공소시효는 각각 7년으로 이미 만료됐다.
형집행 정지 상태였던 백씨 부녀는 무죄 선고를 받은 뒤 "(검찰) 수사관이 제일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딸은 "검사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정말 이렇게 수사해선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백씨 측 박준영 변호사는 청산가리 살인의 진짜 범인을 밝히고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번 재심 무죄는 백씨 부녀가 끝내 이뤄낸 진실의 승리다. 검사와 수사관은 머릿속에 그려둔 시나리오를 주입하며 회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판결 내용을 분석한 뒤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당시 백씨 부녀의 진술을 받은 담당 검사는 향응수수 등으로 2013년 검찰에서 면직됐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수임료 외 뒷돈을 챙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아 변호사 자격을 박탈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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