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檢, 파견·사직에 이미 초토화…증권범죄합수단 1년새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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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 소속 검사 수가 1년 새 반토막 나는 등 검찰의 주요 범죄 수사 여력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잡한 사건에 대한 전문적 수사를 위해 설치한 중점 검찰청의 수사 검사들이 3대 특검팀(김건희·내란·순직해병) 파견과 검찰청 폐지법 통과 등에 따른 사직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일부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빠졌다.
중점 검찰청 인력 대폭 줄었다
2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달 기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 검사 수는 4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8명)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남부지검 금융조사 1·2부의 인력 역시 같은 기간 9명에서 6명으로 감소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에 대한 엄벌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검찰의 수사 여력은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증권·조세·특허·산업기술유출 등 전문성이 필요한 주요 범죄 대응을 위한 중점 검찰청은 11곳이다. 남부지검을 비롯해 다른 중점 검찰청 수사부 검사 수도 모두 감소세다. 이달 특허범죄조사부를 운영하는 대전지검의 전담 검사는 2명, 식품의약범죄 중점청인 서울서부지검의 전담 검사도 2명에 불과하다.

김주원 기자
수도권 중점 검찰청의 한 간부는 “1년 새 중점 수사부서의 검사 수가 3분의 1이 줄었는데 그마저도 다른 인지부서에서 인력을 빼와서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른바 특수부 수사는 포기했고, 중점 수사도 기존에 하던 사건만 겨우 처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점 검찰청의 검사도 “현상 유지만 겨우 하는 상황”이라며 “수사-기소 분리 유예기간이 1년이라고 하는데 그 전에 이미 검찰청은 초토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3대 특검 파견 검사 114명, 1~9월 사직 146명
실제 3대 특검팀이 파견받은 검사만 114명(내란 55명, 김건희 43명, 순직해병 16명)으로 전국 검찰청에선 초유의 검사 공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 대형 검찰청인 수원지검(정원 114명)과 같은 수의 검사가 특검에 차출되면서 기존 사건 처리엔 차질을 빚는 것이다. 특히 특검 파견을 어느 정도 수사 경력이 쌓인 중간 허리급 검사들이 주로 가면서 일선 검찰청에는 초임 검사와 부장급 검사만 남은 곳도 상당수라고 한다.

김영옥 기자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 전후 검사들의 대규모 사직 역시 인력 부족의 또 다른 원인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사직한 검사 수는 146명으로 작년 한 해 사직 검사 수(132명)를 이미 넘어섰다.
미제 폭증…상설특검까지 덮친다
일선 검찰청에서 복잡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미제사건은 폭증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검찰청 미제사건(3개월 초과) 수는 9만9096건에 달했다. 2023년(5만7327건)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미제 건수는 지난 6월(7만3395건)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부터 3대 특검이 검사를 파견받아 수사를 시작한 만큼 특검 출범의 여파가 미제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진우 의원은 “검사 공백과 미제 사건 지연으로 고통받는 건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옥 기자
향후 상설 특검이 예정된 만큼 검찰의 중점 수사 공백과 미제 증가는 더욱 가속화할 예정이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가난해서 다 쓰러져가는 집의 기둥뿌리까지 뽑지 마시라”며 “없는 형편에 (상설특검 파견 인원인) 검사 5명이 적은 게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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