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베 퍼터 선물에 “노벨상 추천” 약속…트럼프 녹인 맞춤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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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우려하던 예상 밖 요구와 같은 ‘트럼프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6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79) 대통령은 첫 대면 미·일 정상회담이 열린 28일 하루 종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일본 총리와 친밀감을 자랑했다. 트럼프의 오랜 친구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양국 정상을 잇는 강력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이날 오전 9시쯤. 일본 도쿄 미나토구 영빈관. 두 사람이 회담장에 들어선 것은 예정보다 약 7분이 지난 9시53분쯤. 다카이치 총리는 “시작이 늦어져서 실례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에서 야구를 보고 있었다. 다저스가 1대0으로 이기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일본을 대표하는 야구 선수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오타니 쇼헤이(다저스)의 경기를 함께 보는 ‘스킨십’을 하느라 늦어졌다는 설명이었다.
회담은 아베식 외교로 출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오랜 우정에 감사드린다. 지난해 말 아키에 여사를 환대해 주신 것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내년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DC에 벚꽃나무 250그루를 기증하겠다고도 했다.
정상회담 후 백악관 대변인은 취재진을 대상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에 의욕을 보여온 바 있다. 양국 정상은 미국산 소고기와 쌀을 곁들인 오찬을 함께했다. 이때부터 두 정상은 서로를 “도널드” “사나에”로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겨냥한 선물도 전달했다. 아베 아키에 여사가 전달한 아베 전 총리의 퍼터, 일본 가나자와산 금박을 입힌 골프공을 준비했다.
‘아베 방정식’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아베 전 총리가 사용하던 말인 ‘재팬 이즈 백(JAPAN IS BACK·일본이 돌아왔다)’이 황금실로 새겨진 검은색 모자에 양국 정상이 나란히 사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엔 다카이치 총리와 함께 미 해군기지가 있는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을 찾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에 동승했는데 외국 정상의 마린원 탑승은 이례적인 일이다.
두 정상은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함에 마련된 연설장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당시 자주 사용하던 애국가풍 노래 ‘갓 블레스 더 USA’가 흘러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여성이 위너(승자)”라며 “일본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라고 소개하자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미 핵항모에서 일본 총리가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설을 마친 다카이치 총리가 연단에서 내려가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손을 뻗어 다카이치 총리의 손을 잡았다. 계단을 의식한 ‘매너 행동’이기도 했지만 첫 정상회담에서 그만큼 미·일 정상이 ‘강한 동맹관계’라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아베식 외교의 마무리를 담당한 이는 아베 아키에 여사였다. 아키에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그린 평화(Peace) 글자가 담긴 그림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일본 재계 인사들과 저녁을 하며 “일이 안 풀리면 내게 전화하라. 다른 각료들을 제쳐두고 내가 직접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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