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럼프, 日서 핵항모 오를 때…김정은, 요코스카 때릴 핵미사일 쐈다[경주 A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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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총국은 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는 침묵하는 가운데 북한이 28일 서해 상으로 함대지 순항 미사일을 쐈다. 같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주일미군 기지를 방문 중이었는데, 김정은이 대놓고 이에 대한 핵 타격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북한 미사일총국이 전날(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대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함상 발사용으로 개량된 순항미사일들은 수직 발사 돼 서해 해상 상공의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여s(초, 약 130분)간 비행, 표적을 소멸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도 이날 “어제 15시경 북한 서해 북부 해상에서 순항미사일을 포착했다”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확인했다.

군 당국은 해당 미사일이 화살-1·2 계열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화살 계열 순항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약 1500㎞로, 한반도 전역은 물론 주일미군 기지도 타격권에 들어온다.

공교롭게도 방일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후 3시 48분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미국의 니미츠급(10만t급) 핵항모 조지워싱턴함(CVN-73)에 올라 장병들을 격려했다. 미 해군 제7함대의 모항인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横須賀) 주일미군 기지를 방문했는데, 북한이 쏜 미사일의 사거리 안에 들어간다.

특히 화살 계열 미사일에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길에 수차례 대화 제안을 했지만, 김정은은 핵을 달아 주일 미군기지를 때릴 수 있는 미사일을 과시하는 것으로 대답한 셈이다.

통신은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각이한 전략적공격수단들의 신뢰성과 믿음성을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그 능력을 적수들에게 인식시키는 것 그 자체가 전쟁 억제력 행사”라고도 강조했다. ‘적수’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이는 주요국 정상들이 경주 APEC 정상회의에 대거 참석하는 시점에 북한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한·미·일의 대북 공조 강화를 경계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실제 다카이치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어 보인다.

다만 이번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이 직접 참관하진 않고,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이 나섰다. 트럼프가 있는 동해 쪽이 아닌 서해로 쐈단 점에서도 나름 수위 조절을 하며 여지를 남긴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면대결은 부담"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추억,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수위조절을 하는 동시에 대화 재개는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조건에서 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으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내일 초점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돌아와 (김정은을)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한 기간 중에는 김정은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뜻으로 읽히는데, 대화 의지를 꺾지는 않은 셈이다. 그는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그는 수십년 동안 미사일을 발사해왔다”며 의미를 축소하는 듯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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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방일 중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의 핵항모 조지워싱턴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이날 5000t급 최신형 구축함 최현호(한국 해군 기준 최현함)에 탑재할 수직 발사관(VLS)의 콜드런치 기술을 검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콜드런치 기술은 전투함 뿐 아니라 핵잠수함 탑재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순항미사일은 해수면에 바짝 붙어 비행해 정확한 발사 시각과 원점을 탐지하는 게 쉽지 않아 위협적이다.

다만 최현함은 현재 항구에 정박 중이라고 한다. 올해 1월 함대지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 했을 때처럼 내륙에서 지상 발사를 했거나, 서해 상에 바지선 등 다른 함정을 띄워놓고 쐈을 가능성도 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전술핵을 탑재해 핵 공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을 신형 구축함에 탑재해 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김정은이 트럼프를 향해 주일미군 기지에 대한 직접 타격 능력을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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