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기 털면 수억 챙긴다" 조폭의 습격…신고도 못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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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도 시흥시 구도심의 한 오피스텔 앞. 검은색 승용차의 문이 열리자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 몰려와 90도로 인사했다. 차에서 나온 남성의 정체는 경기지역 한 폭력조직의 행동대원 A씨(30대·구속). 잠시 상의하던 이들은 마스크와 복면 등을 쓰고 흉기를 든 채 오피스텔로 향했다. 목적지는 이 오피스텔 안에 있던 불법 투자리딩방의 콜센터였다. 입구에 경찰이나 외부 출입자들이 오는지 등을 감시하는 인력을 배치한 이들은 즉시 콜센터를 습격했다. 콜센터 조직원 20여명을 때리고 흉기로 위협해 불법 투자리딩방 총책 B씨(30대·구속)에게 테더코인 4만3700개(시가 6441만원) 등 1억원을 빼앗은 뒤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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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리딩방 사무실을 습격하기 전 모여든 조직폭력배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비상장 공모 주식을 위탁·판매한다고 속여 거액을 가로챈 투자리딩방 사기 조직과 이들의 사무실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은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형법상 사기와 범죄단체 등 조직,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무인가 영업행위금지) 등 혐의로 불법 투자리딩방 조직원 31명을 붙잡아 총책 B씨 등 9명을 구속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이들의 사무실을 습격한 A씨 등 11명을 형법상 강도상해와 특수주거침입,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규칙(범죄단체 가입 등) 혐의로 검거해 10명을(별건으로  1명은 구속 상태) 구속 송치했다.

투자리딩방 사기로 42명에게 12억원 가로채 

B씨 등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기 시흥과 인천시 등에 콜센터 사무실을 차린 뒤 전화와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XX생명 등 비상장 주식 공모주를 위탁·판매해주겠다”고 속여 42명에게 12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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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투자리딩방 압수물.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투자 사기 전력이 있는 B씨는 과거 교도소에 수감됐을 당시 면회 온 고등학교 친구 C씨(30대·구속) 등 20명과 투자리딩방 사기 조직을 운영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출소한 B씨는 자신이 총책을 맡고, 간부와 설비책, 인력공급책, 상담원 등 역할을 분담해 총 19명으로 이뤄진 투자리딩방 사기 조직을 꾸렸다. 이들은 2~3개 팀으로 나눠 콜센터 등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텔레그램을 통해 산 개인정보 DB 파일에 기재된 전화번호 등으로 단체 대화방에 초대한 뒤 “해당 주식의 경우 우리가 대주주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로, 위탁 매수가 가능하다. 큰 이익을 얻게 해주겠다”고 속여 투자자들에게 금품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대화방에 들어온 공범들이 “덕분에 큰 수익을 봤다”며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위탁 매수금을 입금한 사람에게는 허위로 제작한 주식 양도 증서를 교부해 피해자들은 사기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일부 피해자는 이들에게 1억7400만원을 건넸고, 가족들이 함께 피해를 본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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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불법 투자리딩방 총책 등을 검거했을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현금.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 피해 2~3개월씩 사무실 옮겼지만 조폭에 습격 

B씨 등은 경찰 단속 등을 피하기 위해 2~3개월에 한 번씩 사무실을 옮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A씨 등 조폭들의 표적이 됐다.
조직폭력배 A씨는 교도소에서 만난 D씨(30대·구속)에게 “B씨가 운영하는 불법 투자리딩방 콜센터 위치를 안다. 사무실을 털면 수억 원을 챙길 수 있다. 불법이라 신고도 못 한다”는 얘길 듣고 범행 계획했다. 올해 초 출소한 A씨는 후보 조직원들과 D씨 등 10명을 집결시킨 뒤 지난 3월 B씨 등이 운영하는 시흥시 불법 콜센터에 쳐들어갔다. 이들은 범행 전 사무실 위치와 내부 인원, 출근 시간 등을 파악하고, 흉기와 장갑, 마스크, 복면 등을 구매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A씨 등 조폭들의 폭력으로 콜센터 조직원 중 한 명은 치아 3개가 부러지는 등 피해를 봤지만, B씨 등은 신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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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총책 등 검거하고 압수한 휴대전화로 환불대기방 카톡방에 경찰임을 알리고 피해 신고를 요청한 글.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그러나 이들의 범행은 “깡패들이 불법 사무실을 털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경찰은 폐쇄회로 TV(CCTV) 1000개를 분석해 B씨 등이 운영하는 콜센터 사무실 7곳을 특정해 이들을 순차적으로 붙잡았다.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투자 리딩방 단체대화방에 참여 중인 1600여명을 확인하고, 사기 사건이라는 점을 고지한 뒤 피해 신고를 독려했다. 경찰은 B씨의 집에서 압수한 현금 3억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하고, 피의자들의 여죄 및 추가 피해 여부에 관해 보강 수사를 하고 있다.

또 검거한 B씨 등에게 A씨 등이 벌인 강도 사건의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전국에 숨어있던 A씨와 조직원들도 모두 붙잡았다. B씨의 투자리딩방 사기에 가담한 이들은 물론 A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조폭들도 모두 20~30대였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등이 강도 피해를 신고하지 않고 사기를 계속해나가면서 A씨 등도 동종 콜센터 사무실에 대한 추가 강도 범행을 모의하고 있었다”며 “수많은 예비 피해자들의 투자금 이체를 막은 것이 이번 수사의 큰 의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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