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8개국 정상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필요성에 공감하고 후속 협의를 해나가자고 했다고 대통령실이 29일 밝혔다. 핵연료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핵추진 잠수함은 기존의 디젤엔진 잠수함과 달리 잠항 시간에 제한이 없어 우리 군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고, 북한의 핵잠수함 건조 등 여건 변화에 따라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능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위 실장은 또 "동맹 현대화를 위한 여러 전략적 현안에 대해 미국의 적극적 협조 의사를 확인한 것이 핵심 성과"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 관련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발언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면 우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하겠다" 말해, 핵추진 동력은 도입하되 핵탄두 탑재는 배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두 정상은 경제 현안뿐 아니라 동맹 현대화, 한반도 평화와 지역 정세, 한미 간 조선·제조업 협력 등 포괄적 의제를 논의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중단·축소·폐기 등 비핵화 추진 의지를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이 한반도·동북아 안보에 큰 위협이라며 한미 동맹의 억지력 강화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핵잠수함 '미주리함(SSN-780)'. 뉴스1

이 대통령은 원자력 관련 산업 협력도 제안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은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핵연료 재처리에 대해서도 정상 차원의 관심을 요청했다"며 "한국이 핵연료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고 원전 폐기물 처리 문제도 시급해 이러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공감하면서 "한국의 진전된 역량을 토대로 원자력 등 핵심 전략산업 분야에서 더 큰 협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 간 대화가 우호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려움이 있으면 아무 때나 연락하라'고 말하는 등 친근함을 보였다"고 했다.

핵추진 잠수함 및 핵연료 공급 문제는 국제 원자력 규범과 등 여러 제약이 얽혀 있는 사안이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미국과 구체적 후속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