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망망대해 위 66층 높이 바람개비…李 '에너지 고속도로' 핵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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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전남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인근 해역에 설치된 낙월해상풍력 발전 단지 발전기. 영광=김수민 기자
지난 28일 전남 신안군 임자도 항구(하우리항)에서 해상풍력지원선(CTV·Crew Transfer Vessel) ‘제비 1호’를 타고 한 시간 반가량 바닷길을 달리자, 망망대해 위로 아파트 66층(약 198m) 높이의 초대형 바람개비들이 모습을 보였다. 바다 아래 80~90m짜리 지지대가 박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높이는 100층짜리 초고층 빌딩 수준이다. 해당 지역은 파도가 1m가 넘는다. 배는 넘실거리듯 출렁인다. 거센 바람은 이곳이 해상풍력 발전의 최적지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업 시행사인 낙월블루하트 관계자는 “공사가 완료되면 11월부터 1월까지가 바람이 가장 강해 발전량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전남 영광군 해상에서 건설 중인 낙월해상풍력단지는 공사 면적이 축구장 3900여 개(약 2773만㎡)에 달한다. 이 사업에 투입된 비용은 총 2조3000억원. 현재 국내에서 건설 중인 해상풍력 단지 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 3월 육상 공사를 시작으로, 4월 해상 공사에 돌입했다. 이날 기준 발전기 3개까지 조립을 마친 상태로 67%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8기의 터빈이 부분 상업 운전에 착수하고, 내년 6월부터는 64기 전체가 가동될 예정이다. 완공 후에는 연평균 900기가와트시(GWh) 이상, 약 25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전력을 생산한다. 매년 약 43만 톤(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연간 3000억원의 수익도 기대된다.

김주원 기자
사업은 인허가부터 시공까지 ‘토종 기술’로 추진하는 국내 첫 상업용 해상풍력 개발사다. 앞서 가동을 시작한 제주 탐라(30㎿·메가와트), 전북 서남권(60㎿), 전남 영광(34.5㎿), 제주 한림(100.1㎿), 전남해상풍력(96㎿) 등 국내 해상풍력 사업은 모두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 등 공기업 주도거나 해외 기업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낙월해상풍력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인 삼해이앤씨의 정종영 대표는 “우리는 풍력발전계의 벤처기업”이라며 “국내 기업이 독자적으로 인허가와 시공 전 과정을 이끈 첫 사례”라고 말했다.
국내외 100여 개 기업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기초 구조물인 모노파일(MP)은 포스코와 현대스틸이 철강재를 공급하고, GS엔텍이 제작을 맡았다. 상부와 하부를 연결하는 트랜지션피스(TP)는 삼일C&S가, 해저케이블 제작·포설은 대한전선이 담당했다. 타워는 CS윈드가 공급했다. 전남 지역의 19개 기업도 해양지반 조사·배후항만·전기설비·철탑 시공에 참여해 지역 상생형 모델로 꼽힌다.
짧은 시간 안에 공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3만t급 설치선 ‘한산1호’ 덕분이다. 이 설치선은 착저식(sea-bed contact type) 구조로, 바닥에 직접 닻(앵커)을 내려 선체를 고정한 채 작업한다. 해저에 다리를 박아 선체를 들어올리지 않아도 돼, 수심이 깊거나 지반이 약한 해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시공할 수 있다. 하부 구조물과 상부 구조물 모두 설치가 가능하고, 반경 1㎞ 내에서 굵은 강철 케이블(와이어로프)을 이용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현장 관계자는 “파고와 조류가 잦은 서남해 해역에 최적화된 선박”이라고 설명했다.

28일 전남 영광군 해상에 조성 중인 '영광 낙월해상풍력발전단지' 모습. 공사에 투입된 설치선 '한산1호'다. 영광=김수민 기자
낙월이 준공되면 국내 해상풍력의 총 발전용량은 현재 320㎿에서 685㎿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본격적인 상업화 국면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이라는 뜻이다. 성진기 한국풍력산업협회 부회장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재생에너지 고속도로’의 핵심 인프라가 바로 해상풍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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