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리 3연속 ‘동결’에도… 대출금리 역주행, 창구는 '개점휴업’ 분위기
-
22회 연결
본문

사진은 서울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뉴스1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단이 연 5.1% 선을 뚫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7ㆍ8월에 이어 10월까지 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묶었지만, 대출금리는 역주행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문을 좁히면서 예비 대출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에 따르면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달 28일 기준 연 3.62~5.15%다. 최저 금리가 연 3% 초반까지 하락했던 8월 말(연 3.46~5.02%)과 비교하면 0.16%포인트(금리 하단) 상승했다. 최고 금리는 5.1% 선을 넘어섰다. 신용대출(6개월 은행채) 최고 금리도 두 달 새 연 5.03%에서 연 5.12%로 높아졌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대출금리가 우상향하는 건 시장금리가 반등한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 준거 금리인 5년 만기 금융채(은행채 AAA 등급) 금리는 29일 연 3.023%로 8월 말(연 2.836%)보다 0.187%포인트 뛰었다. 최근 한ㆍ미 간 관세 협상 불확실성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시장금리가 올랐다.

박경민 기자
문제는 오는 30일(한국시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국제 시장금리가 하락하더라도 국내 대출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급감했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신용대출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7일 기준 766조683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5886억원 늘었다. 특히 이달은 추석 연휴가 껴서 은행권 영업일이 짧았다. 당국의 대출 규제에 가계대출 잔액이 약 1조2000억원 늘어난 데 그친 지난달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을 포함한 신용대출 수요에 불이 붙으면서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27일 기준 103조8912억원으로 한 달 새 8867억원 불어났다. 지난달 2077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주담대 잔액은 610조4528억원으로 1조4680억원 늘었다. 지난달 증가 폭(1조3135억원)과 비슷하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가 일제히 활황인 데다 대출 규제가 세다 보니 기존에 열어둔 마이너스 통장에서 자금(빚)을 끌어쓰는 경우가 급증했다”며 “(마통을) 막을 순 없으니 은행들 입장에선 주담대를 더 죄어서 연말까지 대출 총량 목표치를 맞추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말이 다가오자 은행 대출 창구는 ‘개점휴업’ 분위기를 띠고 있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가 막힌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말 대출 실행분까지 소진돼 대출상담사를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농협은행도 이달과 다음 달 실행분까진 한도가 마감됐다. 또 우리은행은 다음 달부터 두 달간 영업점별 ‘10억 대출 제한’ 조치에 들어간다. 지점별로 주담대 등 부동산 금융상품 판매 한도를 매달 10억원으로 제한한 것이다. 사실상 한 지점에서 한 달에 2~3건의 대출만 취급해도 한도가 소진된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시중은행은 이미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초과한 상황”이라며 “연말까진 ‘신규 대출자 모시기’ 영업보단 중도상환수수료를 일부 낮춰서라도 대출 총량 관리 나서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