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與추진 '법 왜곡죄'에 "사법부 장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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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 왜곡죄'에 대해 대법원이 "사법부 장악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를 국회에 전달했다. 법 왜곡죄란 재판·수사 과정에서 법을 잘못 해석하거나 적용하는 검사와 판사를 처벌하는 법안이다. 여당은 이를 포함한 '7대 사법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29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대법원은 "법 왜곡죄는 사법부의 독립을 약화시킬 수 있고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며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법 왜곡죄는 연혁적으로도 신권과 왕권 등을 수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며 "법 왜곡죄가 존재했던 국가들인 독일이나 러시아의 경우에도 법 왜곡죄가 히틀러나 스탈린의 독재하에서는 무력할 뿐이었다"고 했다. 법 왜곡죄를 도입했던 국가들에서도 독재 권력이 법을 악용할 경우 판사들이 이에 부역해 오히려 법을 적극 왜곡했다는 것이다.
"판사 소신 재판에 법 왜곡죄 혐의 씌울 위험"
법관의 법적 판단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도 했다. 판사는 '법률 분쟁 해결'이 역할이므로 필연적으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게 되는데, 법 왜곡죄가 도입될 경우 독립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일 경우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 법 왜곡죄의 혐의를 씌울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단순한 판단상의 과오나 소수적 견해까지도 수사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며 "직무수행을 지나치게 위축시켜 새로운 시대상이나 당시의 건전한 상식과 경험을 반영한 전향적 판결의 등장,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호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 왜곡'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법원은 "형사법이나 국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법률에 있어서는 불명확한 내용의 법률용어가 허용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인용하며 "'왜곡'은 그 용어의 명확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법관은 헌법 103조 등에서 재판상·직무상 독립을 인정하고 있어 법 해석 및 적용에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며 "법관의 재량과 법 왜곡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어렵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법 왜곡죄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현행법으로도 여당이 우려하는 내용을 제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개정안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들은 현행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의 처벌조항으로 포섭할 수 있다"며 "법관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이 있는 경우에 있어서도 제척, 기피, 회피제도나 재배당 제도 등 제도적인 시정절차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법 왜곡죄의 적용 대상을 검사로 제한해 발의했다가 지난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후 판사까지로 적용 대상을 넓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법 왜곡죄'를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며 "없는 죄를 있는 죄로, 있는 죄를 없는 죄로 판결한 사례가 있다면 이 또한 법 왜곡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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