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럼프 “김정은과 시간 못 맞춰…멀지 않은 미래에 만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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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교적 관여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은 무산됐지만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는 신호다.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립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그간 전 세계적인 분쟁 지역에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치켜세우면서 “그 역량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도 발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의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회담을 요청한 것에 대해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직까지는 김 위원장이 대통령님의 진정한 뜻을 잘 수용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서 불발됐지만, 이 역시 또 하나의 씨앗이 돼 한반도의 거대한 평화의 물결을 만들어내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자지구 휴전 합의 등 세계 분쟁 지역에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북한 문제 해결 절대 확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에는 우리가 정말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약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북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관계) 진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저는 상식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는데, 상식을 통해 문제 해결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 일정 문제로 만나지 못했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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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30일까지 한국에 머무르지만, 한·미 정상은 북·미 간 깜짝 회동을 사실상 불발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으로 이동하는 ‘에어포스원’ 비행기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한에선) 중국에 집중하고 싶다. 이제 우리의 초점은 내일 중국을 만나는 것(미·중 정상회담)”이라며 “하지만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북한과 만나겠다”고 말했다. 전날 북한의 함대지미사일 발사에 관해선 “그(김정은)는 수십 년간 미사일을 발사해 왔고, 또 다른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며 방한 시점에 맞춘 미사일 시험발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난 한반도에서 여러분(남과 북)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며 “우리가 합리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당신, 당신의 팀,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과 함께 매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을 희망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이 전쟁 상태라고 규정한 건 향후 종전이나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북·미 대화의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의 수많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제게 매우 행운이었다”며 러-우 전쟁 종전 중재 노력 등을 언급했다.

전문가 “북·미 대화 재개 수싸움 예고”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성된 정세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관망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라며 “APEC을 계기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샅바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앞으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양측의 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28일 북한은 서해상으로 함대지 순항 미사일을 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북한 미사일총국이 전날 서해 해상에서 해상대지상(함대지) 전략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도 이날 “어제 15시쯤 북한 서해 북부 해상에서 순항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해당 미사일이 화살-1·2 계열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화살 계열 순항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약 1500㎞로, 한반도 전역은 물론 주일 미군기지도 타격권에 들어간다.

공교롭게도 방일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후 3시48분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요코스카 주일 미군기지에 정박 중인 미국의 니미츠급(10만t급) 핵항모 조지워싱턴함에 올라 장병들을 격려했다.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길에 수차례 대화 제안을 했지만, 김정은은 핵을 달아 주일 미군기지를 때릴 수 있는 미사일을 과시하는 것으로 대답한 셈이다. 임교수는 “김정은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면대결은 부담”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추억,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수위조절을 하는 동시에 대화 재개는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조건에서 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전술핵을 탑재해 핵 공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을 신형 구축함에 탑재해 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김정은이 트럼프를 향해 주일 미군기지에 대한 직접 타격 능력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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