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반도 평화 물꼬 감사” 훈장 수여하자 트럼프 “대단히 감사”

본문

btb7cd27ea2cd7b1538b5d2f23a4794641.jpg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수여한 무궁화대훈장(왼쪽). 전민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한·미 정상회담 확대 오찬 공개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또는 ‘유일한’ 이런 단어를 많이 가지고 다니신다”는 칭찬으로 시작했다. 2개월 전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께서 오벌 오피스를 새로 꾸미고 있다는데 황금색으로 빛나는 게 미국의 새 번영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입을 뗐던 것과 유사한 ‘칭찬 전략’이다.

두 정상은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 이후 65일 만인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다시 회담했다. 이 대통령은 “정말 놀라운 건 대통령에 취임한 지 9개월이 됐는데 전 세계 8곳 분쟁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 정말 피스 메이커 역할을 잘하고 계신다”며 “김정은이 대통령의 진심을 아직 제대로 수용 못 해 불발되긴 했지만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면담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한 것 그 자체만으로 한반도 평화 온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또 지난 회담 발언을 인용해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주시면 그렇게 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다시 말씀드린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이 대통령에 “아무때나 연락하라”
오찬장 테이블 위엔 꽃 ‘피스 릴리’(Peace lily, 평화의 백합)가 놓였고, 디저트 접시엔 ‘PEACE!’란 문구가 쓰여 있었다. 노벨 평화상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지역 해결사’라는 별칭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 이렇게 많은 문제가 있는 줄 몰랐다”며 “러시아·북한 문제 말고는 다 해결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이어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상식(common sense)”이라며 “미·북 관계가 해결되는 것이 상식이고, 그게 필요하다고 보지만, 결과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우리는 좋은 관계였고, 우리가 함께 간다면 역사적으로도 가장 위대한 한국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공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아무 때나 연락하라”는 말을 격의 없이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두 정상 간 유대가 더 돈독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관련기사

  • 한·미관세 타결…“대미투자 연 200억 달러 상한”

  • 용산 “트럼프, 한국 핵잠능력 필요성 공감”…후속 협의 예고

  • “경주 CEO 서밋, 새 협력 출발점”

  • [사진] ‘금관 모형’ 선물에 트럼프 “너무 아름다워”

  • [사진] 한자리 모인 기업 총수들

  • [사진] 한·미 정상 ‘만찬 건배’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경주박물관 앞에서 마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가 노란색 전통 복장을 한 취타대의 인도를 받으며 오후 2시12분 경주박물관 앞에 도착하자, 이 대통령은 성큼성큼 걸어가 레드카펫 끝에서 차량에서 막 내린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악수하며 왼손으로 이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방명록엔 “위대한 정상회담의 아름다운 시작”이라고 적었다.

환영식서 트럼프 유세곡 ‘YMCA’ 연주
회담 전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을 본뜬 모형을 선물했다. 이 자리에는 양국 정상과 비서실장(강훈식과 수지 와일스), 의전장(김태진과 모니카 크롤리)만 함께했다.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은 안전 보장에 기여한 우방국 원수에게만 예외적으로 수여해 왔다. 김태진 의전장이 수여에 앞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물꼬를 터주신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면서 평화와 번영에 미리 감사하는 마음으로 훈장을 드린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너무나 아름답다. 당장 착용하고 싶다”고 반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황금빛은 곳곳에 활용됐다. 오찬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 뉴욕의 성공 스토리를 상징하는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이 쓰인 전채 요리로 시작해 금가루로 장식된 브라우니로 끝났다. 이 대통령은 오전 행사에서 맸던 빨간색과 파란색이 교차하는 넥타이를 풀고 황금빛 넥타이를 맸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네이비 양복에 평소 즐겨 매온 빨간색(공화당 상징색) 넥타이 대신 파란색 넥타이를 매치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택해 이 대통령을 예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년 전 방한 때도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만찬 행사에서 “금관도 굉장히 탁월한 예술작품이고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무궁화대훈장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고 했다. 만찬엔 트럼프 대통령과 호주·싱가포르·태국·캐나다·뉴질랜드·베트남 정상이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평화와 국가 간 연대를 위하여, 치얼스”라고 건배사를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만찬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 운영하는 양조장 와인인 ‘트럼프 샤르도네’와 ‘트럼프 카베르네 소비뇽’이 곁들여졌다.

해외 정상 중 두 번 국빈 방한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다. 당초 오전 10시 반쯤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먼저 방문한 일본 도쿄에서 1시간가량 늦게 출발하면서 한국 입국 시간이 지연되고 정상회담을 포함한 일정도 줄줄이 밀렸다. 에어포스원은 주한미군의 F-16 전투기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한국 상공에 진입했다. 입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는 시그니처 포즈로 한국에 첫인사를 했다. 예포 21발이 발사됐고 군악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곡인 ‘YMCA’를 연주했다.

한편 이날 백악관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을 실시간 생중계하는 사이 영상 제목을 ‘트럼프 대통령, 대한민국 국무총리(Prime Minister)와의 양자회담 참석’으로 내보내 “외교적 결례”란 지적이 있었다. 당초 백악관 공지 일정에도 “The President holds a bilateral meeting with Kim Min-seok, Prime Minister of South Korea”(대통령이 한국의 김민석 국무총리와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란 동일한 실수가 있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47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