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미관세 타결…“대미투자 연 200억 달러 상한”

본문

지난 7월 말 첫 합의 이후로도 90일 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한·미 관세협상이 29일 양국 정상 간 담판을 통해 최종 타결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대미 금융투자 패키지’를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회담 뒤 언론 브리핑에서 “2000억 달러 투자가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달러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던 대규모의 현금 직접투자에 대해서는 미 측의 입장이, 연간 투자 한도액 설정은 외환시장에 미칠 여파를 우려한 한국의 입장이 절충된 결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부터 자동차 및 부품 관세도 현행 25%에서 15%로 낮아지게 된다.

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실 안팎에선 관세협상의 극적 타결이 어려울 거란 시각이 우세했지만, 비공개 회담이 예정된 1시간을 넘겨 87분 동안 진행되며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톱다운식 접근법’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실의 발표 전 특별만찬에 참석하며 “우리는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며 직접 처음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용산 “트럼프, 한국 핵잠능력 필요성 공감”…후속 협의 예고

  • “경주 CEO 서밋, 새 협력 출발점”

  • “한반도 평화 물꼬 감사” 훈장 수여하자 트럼프 “대단히 감사”

  • [사진] ‘금관 모형’ 선물에 트럼프 “너무 아름다워”

  • [사진] 한자리 모인 기업 총수들

  • [사진] 한·미 정상 ‘만찬 건배’

또 다른 쟁점 중 하나였던 수익 배분은 한국이 원리금을 회수하기 전까지는 5대 5로 하기로 했다. 다만 원리금 회수 이후엔 수익 배분율을 어떻게 할지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다. 김 실장은 “20년 내에 원리금을 전액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 배분 비율도 조정 가능한 것으로 서로 양해했다”며 “우리가 원한 숫자를 명확하게 넣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사용된다. 한국 기업들이 외국인직접투자(FDI) 형태로 미국에 투자를 한다. 김 실장은 “(국내 기업의 투자는) 국내외 시중은행을 통해 대출 보증을 받게 되며, 특히 선박 금융까지 포함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실질적 부담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양국은 국가안보회의(NSC)와 외교 당국 간 ‘조선 협력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또 자동차의 관세율 15% 적용을 비롯해 의약품, 목재 제품은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러트닉 위원장’ 한·미 투자위원회 신설, 구체적 프로젝트 협의

반도체의 경우에는 한국의 경쟁국인 대만에 대비해 불리하지 않는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약속받았다는 설명이다. 한·미 양국은 투자위원회(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위원장)와 협의위원회(김정관 한국 산업장관 위원장)를 만들고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를 협의하기로 했다. 양국은 양해각서(MOU)에 ‘(투자의)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문안을 명시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이를 한국이 손해보지 않게 만드는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선 안보 분야와 관련한 새로운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원자력)추진 잠수함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결단해 주면 좋겠다”며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이 핵잠수함 도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핵무기 적재 잠수함이 아니다”며 “(핵)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시면 저희 기술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한반도 동해, 서해에서 해역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문에 대해 실질적인 협의가 진척될 수 있도록 지시”해 달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핵잠수함 건조 등 여건 변화에 따라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하면서 후속 협의를 해나가자”고 밝혔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다만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은 핵 물질의 군사적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기존 협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47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