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같은 단지인데 세 동만 ‘폭탄’…토허제 ‘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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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빚은 시장 혼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가 토지거래허가(토허)구역으로 꽁꽁 묶인 가운데, 서울 강동구 천호동 ‘강동 래미안 팰리스’ 전용면적 59㎡(25평)는 최근 호가가 1억원가량 올랐다. 이 아파트는 상업지역에 주상복합으로 지어지면서 소형 평형이 토허구역 지정을 피했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이라 여기도 대출은 줄었지만 59㎡는 갭 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가능하다 보니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13억원대였던 중층이 최근에는 14억원대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같은 단지라도 토허구역인 84㎡는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고 덧붙였다.
서울 전역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하는 전례 없는 규제가 시행되면서 이 같은 제도상 ‘허점’도 발생하고 있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토허구역이 엇갈리는 이런 경우다. 관련법상 토허 구역은 토지 용도별로 허가가 필요한 최소 대지면적 기준이 정해져 있다. 주거지역이 6㎡ 이상, 상업지역은 15㎡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주거지역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가구당 대지면적이 6㎡ 이상으로, 평형에 관계없이 토허구역이 적용됐다. 반면 상업지역 또는 준주거지역에 지어진 주상복합 아파트는 가구당 대지면적 기준이 주거지역 기준보다 넓어 일부 소형 평형이 토허제를 피해갔다.
이렇게 토허구역에서 빠진 일부 주상복합 아파트는 10·15 대책 이후 반사 효과를 보고 있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마포구 도화동 ‘한화 오벨리스크’,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 팰리스’, 영등포구 여의도동 ‘브라이튼 여의도’ 등이다.
성동구 ‘센트라스’도 전체 30개 동 중 상업지역 내 위치한 4개 동(127~130동) 전용 44㎡·59㎡이 토허구역 규제를 피했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는 전용 84㎡가 토허구역 지정에서 빠졌다. 인근 중개업소는 ‘갭 투자 가능’이라고 적힌 매물을 올리며 홍보하고 있다. 호가가 4억원까지 오른 22억원대 매물도 나와 있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했다.
경기도에선 규제 행정구역이 달라 희비가 엇갈린 단지가 나왔다. 내년 8월 입주 예정인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매교역 팰루시드’는 32개 동 2178가구 대단지로, 팔달구와 권선구에 걸쳐 있다. 이 중 이번에 규제지역이 된 팔달구에 속한 3개 동이 토허제 제한까지 받게 된 것이다. 비규제 지역인 권선구에 속한 나머지 동은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이에 규제 대상이 된 3개 동의 조합원 항의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해당 아파트 관계자는 “관할 구청 등에 문의했더니 팔달구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하고 허가구역 경계를 지형 도면에 표시해 공고한 만큼, 토허구역에 포함되는 해당 동의 입주권·분양권 거래는 계약 체결 전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답변이 왔다”며 “대출, 갭 투자에서 불이익이 생겨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주민은 “무슨 7억~9억원대 아파트까지 규제해서 이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토허제는 투기 우려가 있는 토지 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수단인데, 주택 거래 허가제처럼 작동하고 있다”며 “무리하게 시행하다 보니 같은 단지 내 규제가 다르게 적용되는 등 형평성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단기 호재에 휘둘리지 말고 매매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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