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미국 원맨쇼 반대” vs “중국 공산당 아웃” 이념 격전지 된 경주

본문

bt9e47cca30a98d664b2c8c44ca085a7f5.jpg

‘반(反)트럼프’ 시위대가 29일 오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 인근에서 경찰 저지선을 넘으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속속 방한하면서 29일 개최도시 경북 경주 곳곳에서 시민단체 집회가 이뤄졌다. 단순 구분하면 진보와 보수의 목소리지만, 각 단체는 한미관계와 반중 정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 등을 놓고 미묘하게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날 경주는 ‘이념의 격전지’가 됐다.

APEC 정상회의 기간 경주 곳곳은 일시적으로 ‘진공상태’ 수준의 경호가 이뤄진다. 하지만 정상들의 이동 경로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경주 시내 주요 장소에선 평소처럼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 11시 경북 경주시 동천동 한 도로변에서는 민주노총, 국제민중총회(IPA) 등 37개 진보단체로 구성된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APEC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기업인들의 CEO 서밋에 참여 후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APEC 의제가 있지만 모든 관심은 트럼프의 관세전쟁 등에만 쏠려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APEC이 트럼프 원맨쇼 공연장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들은 트럼프 가면을 쓰고 포승줄에 묶인 남성에게 ‘트럼프 OUT’ 등 글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쯤 경주시 황남동 내남네거리에서는 환동해애국시민연대가 주최한 ‘경주 APEC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환영 국민대회’가 열렸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들고 집회에 모인 참가자 500여 명은 “트럼프 만세, USA 만세” 구호를 외쳤다. 한 집회 참가자는 “트럼프 대통령님이 그냥 한국에 오신 것이 아니다. 무너진 자유민주주의를 재건하러 오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집회와 행진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진보단체들은 오후 3시부터 성동동 옛 경주역 앞 광장에서 ‘대미투자 강요 규탄’을 외치는 3000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600m 정도 떨어진 노동동 봉황대 광장에서는 보수단체인 ‘자유대학’이 1000명 규모의 집회를 진행했다. 이 단체는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이재명 정부의 부정선거를 주장해왔다. 집회 참석자들은 “중국 공산당 아웃” 등 발언과 함께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구호인 ‘윤 어게인’을 외쳤다.

경찰 저지선이 잠시 뚫리는 일도 발생했다. ‘자주독립대학생시국농성단’이라는 단체는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묵는 경주 힐튼호텔 앞에서 기습적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현장에 경력 100여 명을 투입해 이들을 강제 해산했다. 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 인근 도로에서 반(反) 트럼프 집회를 펼치던 시위대 10여 명이 저지선을 뚫고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저지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경주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집회 안전 관리에 인력 약 8000명을 배치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47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