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 자식이라면 이러겠나”…식재료 다듬고 배식하는 대전 둔산여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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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같은 학생들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는 기업체 같은 다른 직장과 다르지 않나요. 교육하는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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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둔산여고 우원재 교장이 급식실에서 배식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날마다 배식하는 둔산여고 교장 

조리원 파업으로 급식에 직접 나선 대전 둔산여고 우원재(60)교장은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국그릇 사용 금지’ 등을 주장하면서 파업했던 둔산여고 조리원들은 지난달 30일 재파업에 들어갔다. 조리원 9명 가운데 7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전지부 소속이다.

이 학교는 조리원이 파업하자 교장·교감을 포함한 교직원 7~8명이 급식에 참여하고 있다. 조리원들이 복귀한 지난 2일과 13일을 제외하고 날마다 조리와 배식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 학교 우원재(60)교장은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해 1시간 동안 학생 등교 상황을 점검하고 8시에 급식실로 향한다고 한다. 조리 활동 참여를 위해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보건증도 발급받았다. 우 교장은 “급식을 위해 교직원이 보건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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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둔산여고 급식실에서 교직원 등이 배식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뜨거운 국 배식은 교장 몫
우 교장은 이곳에서 마스크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뒤 다른 교직원과 급식 재료를 손질한다. 무·배추·호박 등 음식 재료를 절단기를 이용해 자른다. 때론 고기도 삶고 계란도 깐다. 지난 3월 조리원 파업 때는 교사들과 함께 800인분 수육을 다 썬 적도 있다고 한다. 또 급식실 바닥에 물을 뿌리고 걸레로 닦는다. 식탁을 깨끗이 닦는 것도 이 교장이 할 일이다. 이 교장은 “절단기가 있어 채소를 자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라며 “날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이 교장은 조리 준비 작업을 2시간 30분 정도 한 다음 다시 교장실로 돌아온다. 이어 11시 40분쯤 다시 급식실로 가서 영양사 등이 조리한 음식을 배식을 위해 세팅하고 12시부터 배식한다. 배식에는 1시간 30분이 넘게 걸린다. 이 교장은 국 배식을 담당한다고 한다. 그는 “조리원 요구대로 국그릇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라며 “국은 뜨거워 잘못 배식하면 학생들이 화상을 입을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과연 자기 자식이라면 이렇게 파업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국민 세금으로 학생들에게 급식하는 건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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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교육청 현관에 조리원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문구 등이 여러개 붙어 있다. 김방현 기자

대전 일부 학교 급식 파업 장기화 

둔산여고를 포함한 대전 일부 학교 조리원 파업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30일 기준 둔산여고와 선화초·동명초·가장초·대전여중·동화중 등 6개 학교에서 조리원 14명이 파업에 참여 중이다. 이중 선화초·동명초는 급식 대신 도시락으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급식 조리원들은 1인당 급식 인원을 80명 이하로 낮춰 줄 것과 노동 강도를 높이는 행위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둔산여고는 지난 4월 중단된 저녁 급식을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부모들이 이런 상태로 급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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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등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 조리실무사 처우 개선 촉구 단식 농성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학비노조를 비롯해 전국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다음 달 20일과 21일 1차 상경 총파업, 12월 4일과 5일 2차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전 학비노조는 2차 총파업에 동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학교 비정규직 임금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고 방학 중에는 급여가 끊기는 등 구조적 저임금과 근속·복리후생 차별이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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