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코파이 절도 '선고유예' 구형…檢 고민에 시민 12명이 결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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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참고 사진. 중앙포토
검찰 “유죄 선고로 직장 잃는 건 가혹”
피해 금액 1050원으로 재판까지 간 ‘초코파이 절도 사건’ 피고인 A씨(41)에 대해 전주지검이 30일 선고유예를 구형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이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다. 이는 지난 27일 비공개로 진행된 검찰시민위원회 의결 내용이 그대로 반영됐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범죄가 가볍고 피고인이 반성할 때 형 선고를 일정 기간 미루는 제도다.
검사는 이날 “이 사건은 보안 요원인 피고인이 보안 업무와 무관하게 피해자 사무실에 들어가 피해자 회사 직원들을 위해 둔 냉장고에서 권한 없이 음식을 꺼내간 게 핵심”이라며 “모든 증거와 법리를 종합하면 공소 사실은 명백히 인정되고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 처지에선 누구인지도 모르는 외부인이 어두운 새벽 시간 불이 꺼진 사무실 안 깊숙이 들어와 물건을 가져갔기 때문에 그 가액과 무관하게 경찰에 신고했다”며 “이미 10년 동안 두 차례 동종 전력이 있고, 그 외에도 형사 처벌 전력이 있는 피고인은 2019년에도 절도 범행을 한 다음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며 선고유예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검사는 “피고인은 수사 단계부터 1·2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이런 행동과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 가액이 소액인 점 ▶그에 비해 유죄 판결 선고로 인해 직장을 잃게 될 수 있는 결과는 다소 가혹한 점 ▶검찰이 시민 의견을 경청하고 시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고자 노력한 점 등을 들어 재판부에 “A씨에 대한 선처의 의미로 선고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30일 오전 10시에 예정된 '초코파이 절도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린 전주지법 301호 법정 앞 '오늘의 재판 안내' 게시판. 김준희 기자
증인 신문…“간식 먹는 건 관행”
물류회사 협력업체에서 보안 업무를 맡고 있는 A씨는 지난해 1월 18일 오전 4시 6분쯤 전북 완주군 물류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초코파이(450원)와 커스터드(600원)를 꺼내 먹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재판 내내 “평소 탁송 기사들로부터 ‘냉장고에 간식이 있으니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애초 전주지검은 벌금 50만원에 약식 기소(공판을 열지 않고 법원에 서면 심리를 청구하는 절차)했지만, A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현행 경비업법상 보안 담당자가 절도죄가 인정되면 회사에서 해고될 수 있어서다.
1심을 맡은 전주지법 형사6단독 김현지 판사는 지난 5월 “단순한 관행만으로 허락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결심 공판에선 A씨 변호인이 신청한 전 탁송 기사와 현재 보안업체 동료에 대한 증인 신문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들은 “평소 사무실 간식을 가져다 먹는 관행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오전 9시 30분쯤 전북 전주시 만성동 전주지법 앞에서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이 '초코파이 절도 사건' 피고인 A씨(41)의 무죄 선고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변호인 “기소 자체가 문제”
A씨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18년 동안 변호사를 하면서 무죄 판결은 70~80건 받았고, 선고유예는 5건이 채 안 될 정도로 요건이 무죄 판결보다 까다롭다”며 “(A씨가) 전과가 있는데도 선고유예를 구형했다는 건 기소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에 가깝다”며 검찰을 겨냥했다. 이어 “지난해 1월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초코파이가 누구 소유이고, 누가 먹을 수 있고 먹을 수 없는지’에 대해 모르다가 이게 형사 사건이 된다는 것에 모두가 놀랐다”고 했다. 보안업체 다른 동료 한 명도 사무실 CCTV에 적발됐는데도 노조원인 A씨만 콕 집어 신고한 것은 “노조 탄압” 의도가 있다는 게 A씨 변호인의 주장이다.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도 이날 전주지법 앞에서 무죄 선고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사건 당일 새벽 3시 반에 탁송 기사들을 위해 출고센터 1층 출입문을 열어줬고, 기사들이 모두 출고를 마친 새벽 4시쯤 보안 직원들은 다시 출고센터 소등이나 냉난방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2층 물류회사 사무실을 둘러보던 중에 이 사건이 있었다”며 “이런 일이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던 점을 충분히 살펴봐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7일이다.
‘초코파이 절도 사건’은 항소심 국면에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달 18일 전주지법 제2형사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장인 김도형 부장판사가 “각박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고 말하면서다. 논란이 커지자 전주지검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찰권 행사를 위해 지난 27일 검찰시민위원회에 이 사건을 회부했다. 이날 주부·자영업자·대학생 등 여성 6명, 남성 6명의 시민위원 12명(20~60대) 중 대다수가 “선고유예 구형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항소 기각(원심 판결이 옳다고 인정해 항소 사건 소송 절차를 종결하는 판결)’ 의견이었다고 한다.

30일 오전 '초코파이 절도 사건' 피고인 A씨(41·맨 오른쪽)가 이날 항소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전주지법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취재진이 A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따라가고 있다. 김준희 기자
한편, 2010년 도입된 검찰시민위원회는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에 대해 검사의 공소 제기, 불기소 처분 등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제도다. 시민위 결정에 구속력은 없지만, 검찰은 수사·공판 단계에 중요 자료로 참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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