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캄보디아 76억 사기 일당 피해자인 척 하다 덜미…‘경찰 진술용 대본’ 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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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송환 피의자들이 지난 20일 충남 홍성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남부에 위치한 대규모 범죄단지인 태자단지에서 주식 리딩·노쇼(무단불참) 사기 조직에 가담했던 한국인 1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경찰 진술용 대본’이 발견되고서야 범죄를 자백했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총책 A씨(40대) 등 8명을 구속 송치하고,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알선책인 B씨(30대)는 지난 3월부터 캄보디아 태자단지에 근거지를 둔 현지 사기 조직에 대포통장과 코인 계정을 제공해 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10명은 20~40대 남성들로 대포통장을 대여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도움을 받은 사기 조직은 주식 리딩 및 노쇼 사기 수법으로 피해자 84명을 속여 총 76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5월 중순 주식 리딩 사기 피해 신고를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해 7월부터 이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단 12명 중 캄보디아에서 맡았던 일이 끝난 일부는 먼저 국내로 들어왔다”며 “입국이 확인되는 대로 곧바로 검거했고, 지난주 마지막 범인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행 계좌에 있던 범죄수익금 약 4500만원을 몰수 보전하고, 다른 조직과의 연관성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경찰에 붙잡힐 것을 우려해 A4 2장 분량의 ‘경찰 진술용 대본’을 미리 작성해뒀다고 한다. 대본에는 “여행을 갔다가 범죄단지로 끌려갔다. 어쩔 수 없이 사기에 가담했다” 등의 시나리오가 적혀 있었다. 경찰에 검거된 이들은 대본대로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지만 일당 12명 중 1명의 휴대전화에서 ‘경찰 진술용 대본’이 발각되면서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당 중 일부는 앞서 다른 지역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 대본대로 진술해 혐의를 벗기도 했다”며 “하지만 경찰 수사로 범행이 드러나고, 경찰 진술용 대본까지 발각되자 결국 모두 범행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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