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유지 80%인데도 20년간 설득 통했다…금정산 24번째 국립공원

본문

btc511f4d18f1980fabf3c82918df4d042.jpg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금정산 원효봉의 모습. 사진 부산시

“2013년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바라는 10만명 시민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동분서주했는데 12년 만에 결실을 보았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31일 부산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자 강종인(72) 금정산국립공원시민추진본부 대표가 한 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 30분 회의를 열고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 결정’을 통과시켰다. 금정산은 24번째 국립공원으로 2023년 5월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도립공원 등 기존 보호지역이 아닌 곳이 새롭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1987년 소백산 국립공원 이후 37년 만이다.

금정산은 부산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이나 온천장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거나 도보로 갈 수 있을 정도로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산악형, 사적형, 해상·해안형 공원의 특징을 고루 갖춰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평가받는다.

접근성이 좋은 만큼 토지 소유자들의 개발 욕구도 커 국립공원 지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금정산 국립공원 면적 66.86㎢ 가운데 80%는 사유지다. 국립공원 지정 논의가 2005년 시작됐지만 20년이나 걸린 이유다.

강호열(61) 금정산국립공원지정시민네트워크 대표는 “토지 소유자와 관련 기관들과 수도 없이 싸우면서 오해를 풀어나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이 아니라 생태환경교육의 메카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토지 소유자들을 설득해왔다”고 말했다.

bt9de240865c458bfd75658585f33c6068.jpg

2024년 11월 26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 보제루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왼쪽부터), 박형준 시장, 정오 대한불교조계종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강종인 금정산시민추진본부 대표가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과 범어사의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다 사유지의 8%를 차지하는 범어사가 2024년 11월 국립공원 지정에 동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강종인 대표는 “범어사 주지 스님을 만나 사찰을 보호하고, 불자를 모셔오는 방법은 국립공원 지정밖에 없다고 호소했다”며 “스님이 대승적으로 동의한 이후 시민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20여차례 열고 시민들을 설득하자 찬성으로 분위기가 돌아섰다”고 회고했다.

부산시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시민 설득에 나섰다. 부산시 공원도시과 관계자는 “시민 5명만 모여도 설명회 요청이 있으면 뛰어갔다”며 “2019년부터 크고 작은 설명회 모두 합치면 200여 차례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식 개장 내년 3월…연간 200억원 국비로 땅 매입·탐방로 관리

금정산 국립공원 정식 개장은 내년 3월로 예상된다. 부산시와 경남도, 7개 지자체가 모여 관할 구역에 대한 행정협의와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주차장 정비를 비롯해 생태 탐방로 개설 등 준비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연간 200억원의 국비가 지원된다. 보존 가치가 큰 사유지 매입 자금과 관리비로 소요될 예정이다. 부산시 공원도시과 관계자는 “국립공원이 된다고 해서 사유지를 모두 매입하지 않는다”며 “매도를 원하는 사유지는 보존가치 등 우선순위에 따라 국비로 매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btfcda0f051d2d6afe9a545c01ee94b652.jpg

탐방객이 금정산을 오르고 있다. 사진 부산시

금정산 국립공원은 환경부 조사 결과 멸종위기종 14종 포함한 1782종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또 기암·습지 등 자연경관 71곳과 국가유산 127점이 분포돼 있다. 현재 금정산 탐방객 수는 연간 310만명 정도인데 국립공원 지정 후 400만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국립공원 지정으로 부산은 바다와 강, 그리고 산으로 이어지는 관광도시로 거듭나게 됐다”며 “친환경 관광수요 증가로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고, 생태관광·환경교육·문화체험 등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540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