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엄숙한 영화 대사, 무대에선 웃음 버튼…돌아온 ‘별’들이 채우는 가을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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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13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극장 내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전두광’의 이 대사. 하지만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55)이 뮤지컬 무대에서 불쑥 던진 이 대사는 관객을 빵 터뜨린 웃음 버튼이 됐다.

스크린 말고 무대에서 보는 황정민ㆍ김병철ㆍ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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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시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미세스 다웃 파이어' 프레스콜에서 배우 황정민가운데)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황정민은 10년만에 뮤지컬 무대로 복귀했다. 연합뉴스

TV와 영화에서 활약하는 별들이 계속해서 무대로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배우 황정민의 뮤지컬 무대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황정민은 영화 ‘국제시장’‘베테랑’ 등에 출연한 흥행 배우다. 2022년 ‘리처드 3세’, 지난해 ‘맥베스’ 등 연극 무대에도 종종 올랐다. 반면 뮤지컬 출연은 10년 전 ‘오케피’가 마지막이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이혼 후 아이들과 떨어져 지낸 아빠 ‘다니엘’이 유모 ‘다웃파이어’로 변장해 자녀들을 돌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다니엘’이자 ‘다웃파이어’를 연기하는 황정민은 무대에서 아빠와 유모를 오가는 1인 2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낸다. 노래와 춤은 물론 랩도 선보이며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무대 위 20번의 ‘퀵 체인지’도 볼거리.

특히 “드루와, 드루와”(영화 ‘신세계’),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영화 ‘베테랑’)와 같은 황정민 맞춤 대사가 나올 때마다 객석에선 폭소가 나온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황정민이 오랜만에 출연한 뮤지컬 무대에서도 명성에 걸맞은 연기를 선보였다”라고 평했다.

‘다니엘’역에는 황정민과 함께 초연에도 같은 역을 맡았던 정성화(50)도 캐스팅됐다. 또 ‘SNL 시리즈’ 등을 통해 코미디 연기로 이름을 알린 정상훈(49)이 새로운 ‘다니엘’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OIS) 집계 10월 뮤지컬 총 티켓예매액 1위를 차지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12월 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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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출연한 김병철(오른쪽)과 이상윤이 연기하는 모습. 사진 파크컴퍼니

연극 무대에는 돌아온 김병철(51)이 돌아와 특유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닥터 차정숙’ 등에서 존재감을 나타낸 김병철은 지난달 16일 서울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에서 막을 올린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출연 중이다. 지난 2016년 연극 ‘날 보러 와요’ 이후 9년 만에 무대 복귀작이다.

이 작품은 사무엘 베케트의 고전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했다.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장 분장실에서 무대에 오르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언더 스터디(대역 배우) ‘에스터’와 ‘벨’의 모습을 그린다. 김병철은 원로 배우 박근형(85)과 함께 ‘에스터’를 연기하고 있다. 한 관객은 “기회가 찾아온 젊은 배우와의 갈등 장면 등에서 김병철 배우님의 열정과 에너지가 많이 보였다”라는 리뷰를 남겼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255석 규모의 소극장 공연이지만 연극 부문 총 티켓예매액 9월 4위, 10월 3위를 기록했다. 11월 16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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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작 연극 '안트로폴리스'의 2부작 '라이오스'. 전혜진이 1인 18역을 연기한다. 사진 국립극단

무대 복귀를 준비 중인 스타들도 있다. 전혜진(49)은 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 중 2부인 ‘라이오스’에 출연한다. ‘안트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통해 권력 및 세대 간 갈등, 도덕적 딜레마 등을 다뤘다.

‘라이오스’는 오이디푸스의 아버지인 라이오스를 주역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스물스물차이무-꼬리솜 이야기’ 이후 10년 만에 복귀하는 전혜진이 1인 18역을 맡는다. 전혜진은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헌트’와 드라마 ‘비밀의 숲2’, ‘미스티’등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연기했다. ‘라이오스’의 김수정 연출은 전혜진에 대해 “그간 여러 매체와 장르를 통해 알려졌던 배우의 모습과 또 다른, 상상하지 못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라이오스’는 다음 달 6~22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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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에 출연하는 배우 박정민이 대본 리딩을 하고 있다. 사진 에스엔코

최근 영화 ‘얼굴’로 화제를 모은 배우 박정민(38)은 12월 2일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라이프 오브 파이’에 출연한다. 스페인 소설가 얀 마텔이 2001년 내놓은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12년 이안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남겨진 파이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227일간의 대서사시를 담았다.

이 작품의 제작진은 ‘라이프 오브 파이’를 뮤지컬이나 연극이 아닌 ‘공연’ 혹은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정민이 공연에 출연한 건 2017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마지막이다. 박정민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원래 무대에 다시 설 생각이 없었다. 8년 전에 공연하고 다시 안 하고 싶을 정도로 무서웠다”라며 “그런데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 실황을 유튜브로 봤는데 좋았다. 원래 도전하겠다는 생각으로는 작품을 선택 안 하지만 이것은 도전해보려 한다”라고 밝혔다.

한국 초연인 이 공연은 내년 3월 2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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